"살려 달라 소리쳐"…'곰탕' 끓이다 가스 폭발한 대구 아파트
"방송이 고요해서 불난 줄 몰랐다"
"옥상 문이 잠겨 있어…'살려 달라' 소리쳐"
-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안내 방송이 고요해서 불이 난 줄 몰랐어요."
2일 오전 8시 58분쯤 불이 난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한 아파트 주민 A 씨가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안내 방송에서 '창문을 닫아 달라'고 하자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베란다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니까 검은 연기가 가득 올라왔다"고 했다.
그는 "불이 나면 옥상 문이 열린다는 내용을 들었던 기억이 있어 서둘러 옥상으로 갔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며 "관리사무소에 '살려달라'고 전화하자 '직원을 보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옥상 문이 열리기 기다렸던 주민 6명은 관리사무소에서 보낸 직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고 한다.
주민 B 씨는 "오전 9시쯤 관리사무소가 '불이 났다'고 고요하게 안내했다"며 "이후에 가요 비슷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방송 사고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큰 불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25층짜리 아파트의 15층에서 불이 나자 소방 당국이 2시간 6분 만에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한때 검은 연기가 치솟자, 소방 당국은 화재 신고 8분 만에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주민 30명이 불이 난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해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2001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당시 소방법 시행령에 따라 16층 이상부터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돼 있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아파트 15층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사고는 베란다에서 가스버너로 곰탕을 끓이다가 부탄가스가 폭발하면서 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파악할 예정이다.
수성구청은 화재가 난 아파트 인근 초등학교 강당에 임시로 주민 대피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psyd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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