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원들, 소방 출동 점검한다며 논에 일부러 불 지르고 신고

경북도의원들이 불을 지핀 현장(소방공무원노조 제공)2024.11.27/뉴스1
경북도의원들이 불을 지핀 현장(소방공무원노조 제공)2024.11.27/뉴스1

(상주=뉴스1) 신성훈 기자 =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이 소방 출동 태세를 점검하겠다며 일부러 논에 불을 지르고 소방에 신고해 논란이다.

27일 소방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3시 40분쯤 상주시 화산동 한 논두렁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돼 8분 만에 2대의 소방 펌프차가 출동했다.

현장에는 모닥불 크기에 지푸라기 더미 등이 불타고 있었으며, 진화까지 10여초가 걸렸다.

당시 신고한 남성은 "상주시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앞에 연기가 났다"며 "건물은 아니고 건물 길 건너서 연기가 난다. 논두렁"이라고 119 신고 때 설명했다. 그는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직원으로 확인됐다.

도의원들은 소방대원들에게 "신속하게 출동해서 진압을 잘했다"라고 칭찬을 한 뒤 악수하며 "서장님한테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차량에 다시 탑승하고 현장을 떠났다.

가을철 산불 예방 기간에 벌어진 도의원들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노조는 경북도의회에 강하게 항의했다.

김주철 '소방 공무원 노조 경북 위원장'은 "도의원들의 갑질이고 권한 남용"이라며 "정기 훈련, 불시 출동 훈련까지 따로 있는데 무슨 짓이냐"고 비판했다.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는 "이날 상주소방서에서 행정사무 감사를 마치고 구미소방서로 이동하던 중 이러한 점검을 기획했다"며 "행정사무 감사 기간 도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현장을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불을 지핀 것으로 알려진 김진엽 건설소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 논두렁이 굉장히 축축해서 연기만 나고 화염이 제대로 붙지도 않았다"며 "경북소방 출동 시간이 전국에서 가장 늦고 그중에서 상주가 또 최하라서 점검했다"라고 말했다.

박순범 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은 "최근 경북 영양에서 소방차 물 분사가 되지 않아 주민의 집이 전소된 일이 있었다"라며 "분사 여부 점검 차원에서 빈 논에 모닥불처럼 불 한 줌을 놨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점검 과정에 불편한 점이 있었으면 앞으로는 보완해서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sh48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