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일 하는 86세 "한달 1000건 거뜬"…대구 노인 일자리 25% 증가
"노인들 관심 높아 항상 조기에 마감"
-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용돈 벌어 기쁘네요."
29일 오전 7시 대구 수성우체국에서 방한마스크와 두터운 장갑을 착용한 채 물건 분류 작업을 하는 A 씨(73)가 웃으며 말했다.
A 씨는 "병원 갈 일이 많아져 한달에 10여만 원의 실손 보험료를 내고 있다"며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생활비를 벌고 손자에게 용돈도 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A 씨는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중 식료품 제조·판매, 실버 택배 등 시장형사회서비스 사업에 참가해 9년째 택배 업무를 보고 있다.
수성시니어클럽 관계자는 "학교 급식 봉사 등 공익 활동형과 달리 시장형의 경우 큰 문제가 없으면 계속 근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버 택배에서 나이가 가장 많다는 B 씨(86)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한달에 1000건 정도 하면 70여만 원을 벌 수 있다. 체력만 허락되면 계속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성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업무 강도를 많이 궁금해하신다"며 "계절마다 배송 물건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2~3시간 만에 담당 지역 물량을 모두 끝낼 수 있는 정도"라며 "'아직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노인의 건강한 노후 생활과 소득 보충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노인 일자리를 크게 늘렸다.
노인 일자리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정부가 보수 등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복지부의 사업이다.
학교 앞 교통 도우미, 환경 정비 등 '공공형'과 경력과 활동 역량을 활용해 지역사회 돌봄이나 안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서비스형', 실버 택배 등 '시장형' 등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대구시의 올해 노인 일자리는 3만 7684개로, 지난해(2만 9929개) 대비 7755개(25%) 증가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어르신들이 일자리 신청 방법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한다"며 "관심이 큰 만큼 노인 일자리는 항상 조기에 마감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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