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사진 앞 할매 래퍼들…"무석아, 하늘서도 랩 많이 부르거라"

수니와칠공주, 서무석 할머니 추모공연
"평생 못 누린 천국같은 1년 보내고 떠났다"

서무석 할머니 추모공연을 하는 수니와칠공주 맵버들(독자 제공) 2024.10.17/뉴스1

(칠곡=뉴스1) 정우용 기자 =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k-할매' 신조어를 만든 칠곡 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의 서무석 할머니(87)의 장례식장에서 남은 맴버들이 서 할머니를 기리는 추모공연을 펼쳤다.

지난 16일 대구 달서구 전문장례식장에서는 전날 별세한 서 할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수니와 칠공주' 맴버들이 대표곡인 '에브리바디 해피'를 불렀다.

이들은 힙합 모자를 뒤집어 쓰고 헐렁한 티셔츠, 거미 모양의 금속 장신구를 한 채 랩 대표곡 가사 중 '우리' 대신 '무석'을 넣어 먼저 간 서 할머니를 추모했다.

맴버 이필선 할머니(86)는 "아프다는 말도 안하고 혼자 그렇게 가버리니 좋더냐"며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좋아하는 랩 많이 부르고 있거라.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 할머니는 지난해 8월부터 '수니와칠공주' 래퍼로 활동하던 중 이상 증상을 느껴 대학병원에서 림프종 혈액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시한부 3개월 판정이 났지만 서 할머니는 래퍼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랩을 하니 너무 행복했기 때문이다.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 '수니와칠공주'에서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할 것 같아 가족을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암이 전이되는 상황에서도 매주 화·목요일 한번도 빠지지 않고 경로당에서 연습했다.

서 할머니는 의사가 판정한 3개월을 훨씬 넘긴 9개월간 래퍼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폐로 전이돼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있다가 지난 16일 결국 사망했다.

할머니의 장녀인 전경숙 씨(65)는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후 어머니의 공연을 매번 따라다녔는데 너무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에 오히려 더 건강해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며 "평생 누리지 못했던 천국 같은 1년을 보내고 떠났다"고 말했다.

news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