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타디움에 관광버스 '알박기 주차' 극성…"단속 어려워"

개정 주차장법엔 '한달 이상 주차해야 견인 조치'

대구스타디움 버스 전용 공영주차장에 관광버스 수십대가 주차돼 있다.2024.10.13/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지난 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버스공영주차장.

관광버스 운전기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화투판을 벌였고, 일부는 세차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민 A 씨는 "인적이 드문 야간에는 차량 정비사를 불러 차량을 수리하고, 다른 차량이 주차하려 하면 '차를 빼라'고 위협하기도 한다. 양심이 없다"고 말했다.

차량 수십 대를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이곳 한쪽을 관광버스들이 점령했다.

일부 대형 관광버스 운전기사들이 무료 공영주차장과 한적한 외곽지 도로변, 공터 등을 찾아 '알박기식' 장기 주차를 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구스타디움에서 콘서트 등이 열리면 전국에서 온 관광버스 운전기사들이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는 것은 이런 장기 주차 차량 때문이다.

"늘 공영주차장을 이용한다"는 관광버스 운전기사 B 씨는 "주차할 장소가 마땅찮아 하는 수 없다"고 했다.

한 관광버스 업체가 주차장을 유료로 운영해 자신들은 인적이 드문 무료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 씨는 "버스가 매일 운영되는 게 아니니까 인적이 드문 곳에 세워뒀다 운행하는 날 자가용을 몰고 와 버스를 세운 자리에 승용차를 주차한다"고 말했다.

'알박기 주차'로 인근 주민과 관광버스 운전기사들 사이에 종종 실랑이가 벌어지지만, 주차장 관리자인 대구시는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한달간 공영주차장에 차량이 방치됐다고 판단되면 견인 조치를 할 수 있지만 나갔다 다시 들어올 수도 있어 사실상 단속하기 어렵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즉시 청원경찰을 보내 계도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공영주차장에 한달 이상 주차된 차량을 지자체가 견인하거나 이동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주차장법이 개정됐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일부 지자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영주차장 유로화에 나서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 48시간 이상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차량에 요금을 부과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켜 오는 11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며, 경기 가평군은 일부 공영주차장을 유료로 전환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