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일 만에 잡은 '봉화 농약' 용의자…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종합)
경로당 회원 중 마지막에 음독하고 숨진 80대 여성
'화투놀이 중 갈등' 주민 진술에 살인미수 혐의 특정
- 신성훈 기자
(봉화=뉴스1) 신성훈 기자 = 지난 7월 15일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복날 농약 음독사건'의 범인이 경로당 회원 중 마지막에 농약을 음독하고 숨진 80대 여성 A 씨로 드러났다.
경북경찰청은 30일 "수사 결과 농약을 탄 물을 커피가 든 음료수병에 넣은 범인은 마지막에 농약을 음독하고 숨진 A 씨"라면서 "A 씨의 사망에 따라 살인미수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초복인 지난 7월15일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의 60~80대 여성 B 씨 등 4명이 점심식사 후 경로당으로 이동해 커피를 마신 뒤 심정지, 의식불명 등에 빠져 3명은 회복해 퇴원, 1명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사건발생 사흘 뒤 피의자인 80대 여성 A 씨가 추가로 농약 음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7월 30일 사망 판정을 받았다.
수사 결과 이들의 위세척액에서 모두 에토펜프록스와 터부포스 등 2종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지만, 마지막에 쓰러진 A 씨의 검출물에서는 포레이트, 풀룩사메타마이드, 아족시스트로빈 등의 성분의 농약이 추가로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전담팀(57명)을 편성해 수사에 나섰고, 현장 CCTV, 블랙박스 94개소와 약독물, DNA 등 감정물 599점을 수거해 분석, 관련자 129명을 면담·조사 했다.
수사 중 A 씨가 복날 이틀 전 아무도 없는 경로당에 혼자 출입한 것이 CCTV에 찍혀 있었으며, 같은 날 경로당 거실 커피포트에 물을 붓는 모습이 경로당 회원에 의해 목격됐다.
피해자들이 마신 커피를 담은 용기와 종이컵에서 위세척액에서 나온 농약과 동일한 성분이 검출됐고, A 씨의 주거지에서도 이번 사건에 사용된 농약 등을 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관련자 면담 조사 중 경로당 회원 간 화투 놀이가 자주 있었고, 이와 관련된 회원 간 갈등과 불화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이 정황이 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증거와 자료를 수집해 피의자와 살인미수 혐의를 특정했지만, 피의자 A 씨의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이 없어 불송치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를 본 피해자들에 대해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연계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건강검진, 치료비, 심리상담 등의 치유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같이 농촌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농약 사건 등의 재발을 막기 위해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노인복지법령과 조례를 개정해 경로당·마을회관 내·외부에 CCTV를 설치하는 법적 근거 마련을 요청하는 등 제도 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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