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극' 대구 20대 가석방…"'간병 걱정없는 나라' 공약 지켜야"

전태일의친구들 "자립 대책 논의할 것"

생활고를 겪다 병세가 깊은 아버지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이른바 '간병 비극'의 주인공인 대구 20대 청년 A 씨가 30일 가석방됐다. ⓒ News1 DB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생활고를 겪다 병세가 깊은 아버지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이른바 '간병비극'의 주인공인 대구 20대 청년 A 씨가 30일 가석방됐다.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에 따르면 존속살해 혐의로 2021년 11월 징역 4년 형을 선고받고 경북 상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A 씨가 이날 출소했다.

지난 23일 A 씨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이유로 가석방 '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날 오전 출소한 A 씨는 현재 친구 등 지인과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태일의 친구들 관계자는 "며칠간 친구 등 지인과 지내도록 한 뒤 시간을 두고 만나 A 씨가 자립할 수 있는 지원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외동아들인 A 씨는 10여년 전부터 아버지(56·사망)와 단둘이 지내다 2020년 9월 아버지가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입원하면서 간병 비용으로 인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A 씨는 결국 2021년 4월 아버지를 퇴원시킨 뒤 집에서 혼자 간병했다.

하지만 그는 같은 해 5월 1일부터 8일까지 치료식과 물, 처방약 제공을 중단하고 아버지를 방에 방치,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퇴원한 아버지는 왼쪽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코에 호스를 삽입해 음식물을 위장으로 바로 공급해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경관급식으로 음식물을 섭취해야 했다.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2시간마다 체위를 바꿔야 했으며, 폐렴으로 인해 호흡 곤란이 나타나지 않는지 등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상태였다.

A 씨는 퇴원 당일에는 병원 안내대로 아버지에게 음식물과 약을 제공했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약을 제공하지 않았고, 하루 3회 먹어야 하는 치료식도 일주일에 10번만 줬다. 그마저도 아버지가 "배고프다", "목마르다"고 요청할 때만 제공했다.

병원비가 없어 절망에 빠진 A 씨는 아버지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비극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 씨는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았다.

표면상으로는 존속살해라는 패륜범죄지만, 그 이면에 경제적 자립 능력이 없는 20대 청년이 병원비가 없어 중병을 앓는 아버지를 어쩔 수 없이 퇴원시킨 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간병비극', '간병살인'으로 불리며 A 씨의 감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A 씨 가석방 소식에 대구 시민단체는 논평을 통해 A 씨와 같은 비극적 상황을 막기 위한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논평을 통해 "이 사건은 어린 나이에 가족 구성원을 간병하게 된 청년의 가족돌봄 문제를 개인의 차원을 넘어 많은 의문과 풀어야 할 과제를 동시에 던졌다"며 "윤석열 정부는 대선에서 약속한 '요양·간병 걱정 없는 나라'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구조적 문제에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방관한다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며 통합돌봄정책을 수립할 것을 지방정부에 촉구했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