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할머니’ 업어 구조 직후 뒷산 무너져…마을이장 맨발 ‘투혼’

구조대도 못 들어온 경북 영양 수해 현장 살신성인 영웅들

8일 오후 경북 영양군 입암면 금학리 한 주택에서 주민 이명섭(73) 씨가 집중호우로 뒷산에서 쏟아진 토사에 갇힌 이웃집을 살펴보고 있다. 이 씨는 "새벽 3시쯤 요란한 빗소리에 잠이 깼는데 곧 정전이 됐고, 폭우가 몇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쏟아졌다"며 "날이 밝고 비가 잦아들어 나와봤더니 집 주변이 쑥대밭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2024.7.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영양=뉴스1) 신성훈 기자 = 지난 8일 오후 4시쯤 영양군 입암면 금학리 마을에는 10분 만에 42mm의 폭우가 쏟아지는 물 폭탄이 떨어졌다.

전날 오후부터 200mm가량의 비가 쏟아진 후 더불어 쏟아진 폭우에 마을 이장 A 씨와 자율방재단 단장 B 씨는 산사태를 직감해 마을주민들에게 전화와 방송으로 대피하라고 했지만, 거센 빗소리에 전달이 되지 않았다.

이미 전날부터 내린 폭우를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가 낙석, 유실 등으로 구조대도 현장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직접 구조활동에 뛰어들었고, 마을은 40가구 57명의 주민이 산 아래 띄엄띄엄 거주하고 있어 맨발로 뛰기 시작했다.

마을회관은 순식간에 무릎높이까지 침수되며 A 이장과 B 단장은 지대가 높은 자기 집과 마을 부녀회장의 집으로 거동이 불편해 고립된 어르신들을 업고 이동시켰다.

이들의 사투로 고립됐던 어르신 16명을 1시간 만에 대피시키고 마지막 할머니 한 분을 업고 대피하던 순간 마을 뒷산에서 큰 바위들과 뽑힌 나무, 흙탕물 등이 쏟아지며 어르신들이 살던 집들을 그대로 관통했다.

A 이장은 "평소에 가깝던 30미터 거리에 있는 80대 할머니의 집으로 가는 길이 뻘밭으로 변해 얼마나 멀게 느껴지던지 찰나의 순간 집들의 휩쓸려 가는 것을 보고 재산 피해는 컸지만, 인명피해가 없어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B 단장은 "정전이 되며 암흑 속에서 토사와 흙탕물을 헤치고 구조를 기다리는 이웃만 생각하며 달렸다. 하루빨리 복구해 어르신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sh48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