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방송만 들어도 가슴 철렁" 1년 전 비극 예천주민들 아직 '임시거처'

(예천=뉴스1) 신성훈 기자 = 지난해 7월14~15일 이틀간 400㎜의 기록적인 폭우로 1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던 경북 예천군 벌방리.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벌방리 마을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수해복구가 한창이다.

이곳 주민들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찾아온 장마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장맛비가 내린 9일 벌방리 노인회관에는 주민 16명이 대피해 있었다. 주민들은 "큰 비가 내린 새벽에 대피하라는 말을 듣고 피신했다"며 "이틀간 잠을 설쳤다"고 했다.

인근 진평리도 비슷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아직도 마을 이장의 대피방송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종자 2명을 찾지 못한 벌방리 마을은 당시 산사태 발생 시작 지점까지 수십개의 사방댐을 만드는 등 재발 방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지난해 수마가 할퀴고간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당시 산사태로 집을 잃어버린 마을 주민들은 아직 임시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예천군이 집을 잃은 주민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기 위해 사들인 집터 중 일부 토지는 사망자의 자녀에게 상속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개발이 미뤄지다 최근에야 설계 등 허가가 진행됐다.

대부분 고령자인 임시주택 거주자들은 "큰 불편 없이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80대 A 씨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만도 한데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지만 산 사람은 또 적응해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벌방리 마을 이장은 "1년여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당시 가까운 사람들을 잃어버리면서 마을 주민 모두가 한동안 슬픔에 잠겨있었다"며 "이제는 마을 주민들이 어느 정도 적응해 대피 안내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벌방리 마을이 수해·재난 대처와 재해 복구의 좋은 사례가 돼 다시는 인명피해가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sh48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