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0원 벌려고… '폐지 줍는 노인' 대구에 1189명
-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24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노후주택 3층. 색바랜 벽지와 낡은 장판이 23년 만에 작업자들 손에 뜯겨나갔다. 방 한쪽엔 청각 장애를 앓는 박모 씨(80대·여)가 우두커니 서서 창밖을 바라봤다.
최근 대구시가 전수조사한 결과, 폐지를 수집하는 60대 이상 인구가 118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여성이 708명(60%), 남성이 481명(40%)이다.
박 씨의 26평짜리 주택엔 아들과 베트남 출신 며느리, 손주 3명 등 6명이 함께 산다.
박 씨는 매일 오전 5시 유모차를 개조한 수레를 끌고 동네에 버려진 폐지를 줍는다.
5시간가량 모은 폐지를 고물상에 팔면 2000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주민들은 박 씨에 대해 "건강도 안 좋은데 폐지를 줍고 다녀 안쓰럽다"고 말했다.
박 씨가 받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은 월 55만 원이다.
박 씨는 "아들 월급이 불규칙해 적은 돈이지만 폐지 수집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귀가 어두워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그는 5년 전 폐지를 줍다 차에 부딪혀 한동안 통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지금은 무릎이 아파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을 반복해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다.
수성구는 관내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 113명 중 4명에게 공공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폐지 수집을 희망하는 일부 노인 10명에게 월 25만 원의 급여를 보장해 주기로 했다.
김보미 대구 수성구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 팀장은 "전수조사를 통해 박 할머니의 사정을 알게 됐다"며 "할머니를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해 주거, 의료, 생계 급여와 보청기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psyd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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