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걱정했는데 휴진 안해 다행이네요"…대구 상급병원 '평온'

2차 병원, 개원병원 등도 혼선 없어…일부 교수는 연차 내고 휴진 동참
강성 개원의·의대생 학부모 1000여명은 상경, 총궐기대회 참석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하는 집단 휴진일인 18일 오전 대구의 한 상급종합병원 접수 창구에서 환자와 보호자 등이 대기하고 있다. 2024.6.18/뉴스1 남승렬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의료계 총파업 'D-day'인 18일 오전 대구의 한 상급종합병원.

진료 시작 1시간 30분을 앞둔 오전 7시쯤 외래진료 접수 창구 앞 대기석에는 환자와 보호자 20여 명이 앉아 진료 개시를 기다렸다.

채혈실 앞에도 환자 20여 명이 대기하며 조용히 차례를 기다렸다.

이날 의협 차원의 집단 휴진과 총궐기대회가 예정됐지만 이 상급종합병원은 정상 진료를 했다. 이 병원을 비롯해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5곳 모두 휴진 없이 정상 진료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집단 휴진에 따른 의료 현장의 혼란이나 환자와 보호자의 동요는 보이지 않았다.

70대 모친을 모시고 병원을 찾은 오 모 씨(46)는 "의사 파업으로 진료에 차질이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휴진이 없어 다행"이라며 "의사와 정부 갈등이 하루빨리 풀려야 국민도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의 집단 휴진은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일부 교수들은 연차를 내는 방식으로 휴진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의 개인적인 연차 사용은 평소에도 있는 것"이라며 "집단 휴진 사태는 발생하지 않아 수술 차질이나 환자 불편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차 종합병원과 개원병원 등에서도 혼선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진으로 인한 손실이 커지면 생계와 직결될 수 있어서다.

대구 북구의 60대 개원의는 "마음 같아서는 휴진하고 서울에서 열리는 총궐기대회에 참석하고 싶지만, 적자가 커지면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며 "어쩔 수 없이 병원 문을 열지만,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수성구의 한 개인병원 직원은 "전날부터 휴진 여부를 묻는 환자와 보호자의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 하지만 의료진이 휴진에 동참하지 않기로 해 진료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전면 휴진 및 총궐기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 경기도의 한 의원에 휴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4.6.1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하지만 일부 '강성' 개원의들은 서울에서 열리는 총궐기대회 참석을 강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휴진은 자율적 판단에 맡겨 총궐기대회 참석 인원은 알 수 없다"면서도 "대구에서 전세버스로 350여명, 기차로 500여명, 의대생 학부모 등 1000여명이 상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의 걱정은 여전하다.

고관절 치료를 위해 5개월에 1번꼴로 대구의 대형병원을 찾는 경북의 한 70대 남성은 "담당 교수가 휴진해 예약된 진료가 변경되거나 취소될까봐 걱정"이라며 "하루빨리 의료 정상화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