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장기화에 경북대병원 "차입 경영·비상경영 체제 돌입"
병원장 명의 공지문서 "병원 경영 상당히 어려워"
- 남승렬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경북대병원이 의·정 갈등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장기화로 차입 경영을 검토하고 있다.
질 높은 의료진을 자랑하는 거점 국립대병원마저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한 것이 현실화하면서 다른 대학병원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경북대병원에 따르면 전날 양동헌 병원장 명의로 '경북대병원 구성원께 드리는 글'이라는 공지가 병원 구성원들에게 전달됐다.
양 병원장은 "의료진의 진료 공백 상황으로 병원 경영이 상당한 어려움에 놓여 있다"며 "외래·입원·수술 등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손실을 입고 있으며, 병원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 자금이 부족해 금융기관 차입을 고려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수 의료 제공을 제외한 모든 활동을 재검토하고,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긴축 재정 등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하고자 한다"며 "필요하지 않은 사업은 예산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필수적인 신규 투자라도 집행 시기 조정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또 "지출은 사소한 금액도 신중히 검토하고, 적극적인 예산 통제 활동을 시행하겠다"며 "이와 동시에 병원의 필수 기능 유지를 위한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양 병원장은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진료 현장에서 환자 곁을 지키며 고생하는 의료진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마주한 위기를 극복하고 하루빨리 경영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경북대병원은 향후 노조와 협의에 들어가 합의점이 도출되면 이를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에 나설 계획이다.
경북대병원은 의·정 갈등이 장기화한 이후 매월 160억~2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기존 100억 원 규모에서 최근 150억 원을 추가해 250억원의 예비비를 비축한 상태다.
대구의 다른 대학병원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립 대학병원 관계자는 "예산과 지출이 다 삭감되는 상황"이라며 "의·정 갈등이 하루빨리 봉합돼야 병원도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서울성모·삼성서울 등 수도권 주요 상위 5대 병원도 의료공백 장기화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고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등 전국적으로 병원 경영난이 악화하고 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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