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장기화에 경북대병원 "차입 경영·비상경영 체제 돌입"

병원장 명의 공지문서 "병원 경영 상당히 어려워"

경북대병원이 의·정 갈등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장기화로 차입 경영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지는 지난 27일 병원장 명의로 경북대병원 구성원에게 공지된 공지문. (경북대병원 제공)/뉴스1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경북대병원이 의·정 갈등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장기화로 차입 경영을 검토하고 있다.

질 높은 의료진을 자랑하는 거점 국립대병원마저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한 것이 현실화하면서 다른 대학병원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경북대병원에 따르면 전날 양동헌 병원장 명의로 '경북대병원 구성원께 드리는 글'이라는 공지가 병원 구성원들에게 전달됐다.

양 병원장은 "의료진의 진료 공백 상황으로 병원 경영이 상당한 어려움에 놓여 있다"며 "외래·입원·수술 등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손실을 입고 있으며, 병원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 자금이 부족해 금융기관 차입을 고려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수 의료 제공을 제외한 모든 활동을 재검토하고,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긴축 재정 등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하고자 한다"며 "필요하지 않은 사업은 예산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필수적인 신규 투자라도 집행 시기 조정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또 "지출은 사소한 금액도 신중히 검토하고, 적극적인 예산 통제 활동을 시행하겠다"며 "이와 동시에 병원의 필수 기능 유지를 위한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양 병원장은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진료 현장에서 환자 곁을 지키며 고생하는 의료진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마주한 위기를 극복하고 하루빨리 경영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경북대병원은 향후 노조와 협의에 들어가 합의점이 도출되면 이를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에 나설 계획이다.

경북대병원은 의·정 갈등이 장기화한 이후 매월 160억~2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기존 100억 원 규모에서 최근 150억 원을 추가해 250억원의 예비비를 비축한 상태다.

대구의 다른 대학병원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립 대학병원 관계자는 "예산과 지출이 다 삭감되는 상황"이라며 "의·정 갈등이 하루빨리 봉합돼야 병원도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서울성모·삼성서울 등 수도권 주요 상위 5대 병원도 의료공백 장기화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고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등 전국적으로 병원 경영난이 악화하고 있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