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박정희 동상 건립안…시민사회 "시의회, 홍준표 거수기 전락"

관련 조례 상임위서 수정 가결…내달 2일 본회의 심사

22일 오전 제308회 임시회가 열리는 대구시의회 앞에서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위한 기념사업 조례안 부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4.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안한 '박정희 동상' 건립을 위한 조례가 대구시의회에서 수정 가결돼 건립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의 반발은 여전히 드세다.

28일 대구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 등 '박정희 기념사업' 관련 조례안을 심사해 수정 가결했다.

시민단체의 반발이 숙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의원들은 이런 반발 여론을 반영해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 상임위에서 가결하고 공을 본회의로 넘겼다.

숱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박정희 동상은 홍 시장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에서 촉발됐다. 이후 두 달이 채 안 돼 상임위를 통과했다. 일사천리였다.

하지만 대구참여연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시의회 주차장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며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는 1일 시의회 청사 인근에서 예정된 '메이데이'(세계 노동절) 집회에서도 박정희 동상 건립을 규탄하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드셀 것으로 예상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22일 오전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제308회 임시회에 참석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관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에 따른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4.4.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불똥은 시의회에도 튀었다.

시의회는 홍 시장의 박정희 동상 건립과 관련해 시민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청회 등을 통한 공론화 과정을 수정안으로 제시하면서 사실상 홍 시장의 '거수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녹색당과 정의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통해 "홍 시장에 면죄부를 준 시의회를 규탄한다"며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와 조례안 부결을 요구한 시민사회와 정당, 범시민운동본부의 주장처럼 집행부를 질타한 의원들이 결국 수정안을 내밀고 슬그머니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걸 보니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의회는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그 내용에 여론 수렴과 공청회를 넣어 홍 시장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추진위원회는 어차피 홍 시장이 구성한다"며 "시의회는 홍 시장의 거수기라는 오명을 이번에도 벗지 못했다. 이 정도면 오명이 아니라 제 이름이라 할 만하다"고 꼬집었다.

홍 시장은 박정희 동상 건립의 뜻을 고수할 태세다.

중국 출장 중인 그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이미 구미, 경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건립돼 있고, 대구시가 처음으로 건립하는 것이 아닌데도,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건 유감"이라며 "역사적인 인물을 평가할 때는 늘 공과가 있는 것인데, 과만 들춰 반대하는 것도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자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산업화의 출발인 대구에 그분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자는 동상 건립 추진은 대구 시민의 뜻도 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의회는 오는 5월 2일 본회의를 열고 박정희 동상 건립 등과 관련된 조례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