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박정희 동상이 뭐길래…발단부터 논란까지
- 남승렬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안한 '박정희 동상' 건립을 위한 조례가 우여곡절 끝에 대구시의회에서 수정 가결됐다.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 등 '박정희 기념사업' 관련 조례안을 심사해 수정 가결했다.
숱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박정희 동상은 홍 시장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에서 촉발됐다. 이후 두 달이 채 안 돼 상임위를 통과했다. 일사천리였다.
홍 시장은 지난 3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당시 홍 시장은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그 앞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이 어떠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시민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달빛철도 축하 행사차 광주를 가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며 "대구시를 돌아보니 대구에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보이지 않아 참 유감스러웠다"고 했다.
홍 시장은 같은 달 5일 대구시 동인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시민 대표성을 가진 시의회와 협의 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시민 세금으로 건립하는 게 맞다"며 "동상 건립은 대구시가 주관하고, 독자적으로 추진하며, 시민 대표성을 가진 시의회에 동상 규모 등을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건립 예산 14억 5000만 원은 대구시의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됐다.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대구참여연대 등은 "홍준표 시장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하고 시 예산을 들여 동상을 세운다고 한다"며 "민주주의에 바탕하고 변화를 기대하는 시민들은 도대체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대구는 과연 어디까지 퇴행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도 성명을 내 "박정희 독재정권 시기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탄압은 역사 속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피해자와 몸과 정신 속에서, 피해자 가족들의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며 동상 건립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 22일에는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도 출범했다.
시민단체의 반대 속에서도 홍 시장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중국 출장 중인 홍 시장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이미 구미, 경주 등지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건립돼 있고, 대구시가 처음으로 건립하는 것이 아닌데도,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건 유감"이라며 "역사적인 인물을 평가할 때는 늘 공과가 있는 것인데, 과만 들춰 반대하는 것도 유감"이라고 했다.
홍 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자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산업화의 출발인 대구에 그분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자는 동상 건립 추진은 대구 시민들의 뜻도 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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