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박정희 동상' 홍준표 뜻대로…대구시 조례안 통과(종합)

5월2일 본회의 통과땐 즉시 시행…시민단체 "거수기" 비판
수정 의결 시의원들 "절차 하자 정당화 안돼…공론화 거쳐야"

26일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위원들이 대구시가 제출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심사하고 있다.(대구시의회 제공)

(대구=뉴스1) 김종엽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의 제안으로 추진 중인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위한 조례안'이 시의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는 26일 안건 심사 회의를 열어 대구시가 제출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과 2·28 자유정신이 공존하는 자랑스러운 역사적 정체성을 가진 도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명목으로 기념사업 조례안을 시의회에 상정했다.

이를 근거로 대구 관문인 동대구역 광장과 대구 대표 도서관이 될 대구도서관 공원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는 예산 14억 5000만 원이 올해 첫 추경예산에 반영했다.

대구시는 전문가로 구성된 동상건립준비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올해 안에 박정희 동상 건립을 위한 절차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박정희 광장·동상 건립 반대' 1인 시위와 천막농성까지 벌이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시의원들은 이런 여론을 반영해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김대현 시의원(서구1)은 "박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동상 건립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절차적 하자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장소, 규모, 추진 일정까지 다 정해놓고 공청회나 여론조사 한번 거치지 않은 채 의회에 떠넘기다시피 조례를 발의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류종유 시의원(북구1)은 "3조로 구성된 조례안이 모든 부분을 포괄적으로 담기 때문에 명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인환 기획행정위원장은 "박정희 동상 건립 사업 추진 결정부터 의회 제출에 이르기까지 불과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아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공론화 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해 판단할 수가 없다"며 "기념사업의 방법, 형태, 규모, 시기 등 기념사업 추진에 대해 시민과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조례안은 5월 2일 열리는 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되면 공포 즉시 시행된다.

이날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안 의결에 반발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홍준표 시장의 독단적 행정에 대해 최소한 부결시키거나 유보라도 했어야 하는데 조항을 추가해 수정 의결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홍 시장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시의회는 거수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kim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