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결심' 굳힌 교수들…경북대 총장은 "사직 수리 교수 없어"(종합2보)
교수들 "수리 여부 떠나 개별 결정"…"환자 두고 갈 수 없다" 의견도
정부 입장 "교수도 국가공무원법 적용…출근 안할 교수 많지 않을 것"
- 남승렬 기자, 이성덕 기자, 강승지 기자
(대구·서울=뉴스1) 남승렬 이성덕 강승지 기자 = 입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국 의과대학 교수가 낸 사직서 제출의 효력이 발생한 25일 경북대 의과대학 교수 중 사직 처리가 된 교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우리는 사직 수리가 된 것이 없다. 교무처에 사직서를 낸 분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홍 총장은 "경북대병원장에게 보고 받은 것도 없다"며 "지금은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다. 학생들이 번아웃(탈진)해 부담을 많이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명대 의대와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 사직 수리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뚜렷한 이탈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대부분 교수가 떠날 결심을 굳히고, 격무에 지친 상당수 교수의 휴진과 진료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 교수단체들은 최근 잇따라 총회를 열어 교수 사직 현황·절차, 사태 장기화에 따른 진료 재조정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이날 교수단체는 "교수들이 얼마나 떠날지 가늠이 되고 있지 않다"며 "사직은 오로지 개인 선택에 따를 일이며, 교수 집단 내에서는 아픈 환자를 두고 갈 수 없다는 판단도 있다"고 전했다.
경북대 의대 등과 같이 대학본부에 정식 접수돼 사직서가 수리된 사례는 없다는 정부 발표도 교수들의 사직 수리 여부와 관련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법 제660조에 따르면 고용 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 언제든지 계약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상대방이 해지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
이 조항을 근거로 교수들은 수리되지 않은 사직서에도 효력이 생긴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직 효력'이 논란이 되는 배경에는 교수 사직에 형식적 요건과 사전 점검 절차가 필요하다는 정부와 "우리는 제출했다"는 교수들 사이의 해석차가 있다.
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국립대 교수는 국가공무원이고, 사립대 교수도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게 돼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최근 가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사직서 절차·형식·내용을 갖춰 정당하게 당국에 제출된 게 많지 않다. 이를 수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나는 사표 냈으니, 내일부터 출근 안 한다'고 할 교수님이 많지 않으리라 본다"고 한 발언의 근저에는 이런 이유가 자리한다.
의사 단체는 정부 주장에 논리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모양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학생들이 휴학계를 냈을 때도 낸 적 없다고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 비슷하게 미뤄 짐작하면 될 것"이라며 "그들이 그만두지 않도록 정부가 달래주는 게 먼저"라고 했다.
일부 의대의 반발 기류는 여전히 숙지지 않고 있다.
계명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와 보조를 맞출 것"이라며 "오늘 총회 후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비대위 측은 "정부는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대학 총장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는다고 해도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강압적으로 막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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