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서 압도적으로 밀렸던 37세 조지연, 어떻게 골리앗 꺾었나?
'4선 백전노장' 최경환 1665표 차로 따돌려
"주말마다 경산 출퇴근하는 일꾼 되겠다"
- 정우용 기자
(경산=뉴스1) 정우용 기자 = 22대 총선에서 '백전노장'을 꺾고 금배지를 단 '30대 정치 신인' 경산시 조지연 당선인은 전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의 별명을 얻었다.
경산에서 내리 4선을 하면서 경제부총리까지 지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최경환 전 부총리를 상대로 피를 말리는 혈투 끝에 한끗 차이의 표심으로 금배지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초박빙' 승부로 경산의 큰 일꾼이 된 조 당선인은 13일 당선소감에서 "더 낮은 자세로 더욱 겸손하게 국민을 섬기는 일꾼이 되겠다" 며 "주말마다 (서울에서 경산으로) 출퇴근하는 일꾼으로 늘 시민 곁에 함께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선거를 통해 경산의 변화와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민들의 절실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며 "경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들께 약속드린 대로 미래 반도체 수도 경산, 교육특별시 경산을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며 "최경환 전 의원님께서 열었던 경산 발전의 토대를 이어가고, 윤두현 의원님께서 챙겼던 미래 먹거리 사업들을 중단없이 챙기겠다"고 했다.
선거기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도 앞장서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늘 새로운 정치를 꿈꿔왔다" 며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금고 이상 형 확정 시 세비 반납, 세비 4년간 동결, 무노동 무임금 등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과 개혁은 그 자체가 어려운 것 아니라 ‘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며 "저에게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라는 시민들의 명령을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복역하던 중 2022년 3월 특별사면으로 가석방된 최 전 부총리는 '정치적 희생양' 이었음을 주장하며 "선거에 이겨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22대 총선에 출마했다.
그러자 이 지역 현역 초선인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부패 세력의 회귀는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불출마를 선언해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조 후보가 단수 공천을 받았다.
지역정가에서는 선거 초반 "지명도도 없는 조 후보가 최 후보에게 상대도 안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실제로 윤 의원 불출마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최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밀리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당조직을 등에 업은 조 후보는 37세의 젊은 나이를 활용해 선거구를 샅샅이 찾아가는 저인망식 선거운동을 펼쳤고 특유의 웃음과 상냥함으로 어르신들을 공략했다. 이후 3월 10~11일 실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최경환 42%, 조지연 32%로 10%p차로 거리를 좁혔다.
이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경산을 찾아 조 후보의 지원사격을 벌였고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되자 한 비대위원장은 한번 더 방문해 지원유세를 벌였다.
또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 유영하 달서갑 후보가 지원사격을 위해 경산을 방문하고 당조직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조 후보의 지지율은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3월 말 실시된 KBS 대구방송총국 여론조사에서 최 후보 39.7%, 조 후보 38.7%로 나와 1%p차 '초박빙' 결과가 예상됐다.
개표 당일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로 꾸려진 KEP(방송사 예측조사위원회)의 출구조사 결과 조 후보가 47.4%로 40.6%를 얻은 최후보를 6.8%p 차이로 앞섰고 이 조사와 별도로 진행된 JTBC의 예측조사에서는 최 후보가 57%, 조 후보는 39%로 나타났다.
피를 말리는 개표 초반에는 최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조 후보를 계속 앞서가다 가끔 순위가 뒤바뀌는 등 밤새도록 1~3%p차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투표 다음 날인 11일 오전 1시쯤 조 후보가 역전에 성공한 후 오전 2시 15분쯤 결판이 났다.
조 후보는 불과 1.16%p 차이로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개표 결과 조 후보는 6만 2411표(43.43%)를 얻어 6만 746표(42.27%)를 받은 최 후보를 단 1665표 차로 따돌렸다.
조 후보는 개표 상황을 중계하는 TV 화면에 '유력'에서 '확실'이라는 단어로 바뀐 후 지지자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이겼다", "당선됐다" 며 축하 인사를 하자 "당선된 거 맞아요?", "정말 이긴것 맞아요"라며 두 번이나 물으며 실감하지 못했다.
지지자들로부터 "당선된 것 맞다"고 거듭 확인받고서야 조 후보는 긴장의 끈을 내려놓는 모습이 역력했다.
당선을 확인한 조 당선인은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당선됐다" 며 "정치개혁 과제를 꼭 지켜 국민들께 신뢰받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산 출신으로 영남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나온 조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 청년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해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부대변인, 20대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메시지 팀장,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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