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서 압도적으로 밀렸던 37세 조지연, 어떻게 골리앗 꺾었나?

'4선 백전노장' 최경환 1665표 차로 따돌려
"주말마다 경산 출퇴근하는 일꾼 되겠다"

조지연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인(경북 경산)이 11일 오전 경산시 중방동 경산오거리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2024.4.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경산=뉴스1) 정우용 기자 = 22대 총선에서 '백전노장'을 꺾고 금배지를 단 '30대 정치 신인' 경산시 조지연 당선인은 전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의 별명을 얻었다.

경산에서 내리 4선을 하면서 경제부총리까지 지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최경환 전 부총리를 상대로 피를 말리는 혈투 끝에 한끗 차이의 표심으로 금배지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초박빙' 승부로 경산의 큰 일꾼이 된 조 당선인은 13일 당선소감에서 "더 낮은 자세로 더욱 겸손하게 국민을 섬기는 일꾼이 되겠다" 며 "주말마다 (서울에서 경산으로) 출퇴근하는 일꾼으로 늘 시민 곁에 함께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선거를 통해 경산의 변화와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민들의 절실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며 "경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들께 약속드린 대로 미래 반도체 수도 경산, 교육특별시 경산을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며 "최경환 전 의원님께서 열었던 경산 발전의 토대를 이어가고, 윤두현 의원님께서 챙겼던 미래 먹거리 사업들을 중단없이 챙기겠다"고 했다.

선거기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도 앞장서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늘 새로운 정치를 꿈꿔왔다" 며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금고 이상 형 확정 시 세비 반납, 세비 4년간 동결, 무노동 무임금 등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과 개혁은 그 자체가 어려운 것 아니라 ‘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며 "저에게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라는 시민들의 명령을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복역하던 중 2022년 3월 특별사면으로 가석방된 최 전 부총리는 '정치적 희생양' 이었음을 주장하며 "선거에 이겨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22대 총선에 출마했다.

그러자 이 지역 현역 초선인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부패 세력의 회귀는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불출마를 선언해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조 후보가 단수 공천을 받았다.

지역정가에서는 선거 초반 "지명도도 없는 조 후보가 최 후보에게 상대도 안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실제로 윤 의원 불출마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최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밀리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당조직을 등에 업은 조 후보는 37세의 젊은 나이를 활용해 선거구를 샅샅이 찾아가는 저인망식 선거운동을 펼쳤고 특유의 웃음과 상냥함으로 어르신들을 공략했다. 이후 3월 10~11일 실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최경환 42%, 조지연 32%로 10%p차로 거리를 좁혔다.

국민의힘 경산시 선거구에서 4선 중진 최경환 후보를 누르고 국회의원 배지를 단 조지연 당선인이 11일 조현일 경산시장과 지지자들과 함께 축하 샴페인을 들고 있다. 2024.4.11/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이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경산을 찾아 조 후보의 지원사격을 벌였고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되자 한 비대위원장은 한번 더 방문해 지원유세를 벌였다.

또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 유영하 달서갑 후보가 지원사격을 위해 경산을 방문하고 당조직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조 후보의 지지율은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3월 말 실시된 KBS 대구방송총국 여론조사에서 최 후보 39.7%, 조 후보 38.7%로 나와 1%p차 '초박빙' 결과가 예상됐다.

개표 당일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로 꾸려진 KEP(방송사 예측조사위원회)의 출구조사 결과 조 후보가 47.4%로 40.6%를 얻은 최후보를 6.8%p 차이로 앞섰고 이 조사와 별도로 진행된 JTBC의 예측조사에서는 최 후보가 57%, 조 후보는 39%로 나타났다.

피를 말리는 개표 초반에는 최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조 후보를 계속 앞서가다 가끔 순위가 뒤바뀌는 등 밤새도록 1~3%p차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투표 다음 날인 11일 오전 1시쯤 조 후보가 역전에 성공한 후 오전 2시 15분쯤 결판이 났다.

조 후보는 불과 1.16%p 차이로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개표 결과 조 후보는 6만 2411표(43.43%)를 얻어 6만 746표(42.27%)를 받은 최 후보를 단 1665표 차로 따돌렸다.

조 후보는 개표 상황을 중계하는 TV 화면에 '유력'에서 '확실'이라는 단어로 바뀐 후 지지자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이겼다", "당선됐다" 며 축하 인사를 하자 "당선된 거 맞아요?", "정말 이긴것 맞아요"라며 두 번이나 물으며 실감하지 못했다.

지지자들로부터 "당선된 것 맞다"고 거듭 확인받고서야 조 후보는 긴장의 끈을 내려놓는 모습이 역력했다.

당선을 확인한 조 당선인은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당선됐다" 며 "정치개혁 과제를 꼭 지켜 국민들께 신뢰받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산 출신으로 영남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나온 조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 청년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해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부대변인, 20대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메시지 팀장,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 등을 역임했다.

국민의힘 경산시 선거구에서 4선 중진 최경환 후보를 누르고 국회의원 배지를 단 조지연 당선인이 축하촛불을 끄고 있다. 2024.4.11/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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