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진짜 '의료대란'…레지던트 '졸국'·인턴 임용포기(종합)

전국 대학병원 신규 인턴들 잇따라 임용포기서 제출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 사태가 사흘째 이어진 22일 대구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4.2.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전국=뉴스1) 이성덕 권영지 김태진 오현지 서충섭 최성국 박건영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계획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에 여전히 복귀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병원에서 버티던 일부 레지던트 4년 차들은 오는 29일 '졸국'(졸업)과 함께 병원을 나갈 예정이고 그 자리를 채울 신입 인턴들은 임용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3월에 진짜 큰 '의료대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졸국'만 바라보고 있는 레지던트 4년 차들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 4년 차 과정을 밟고 있는 A 씨는 23일 "전국에 있는 레지던트 4년차들이 오는 29일 '졸국'을 한다"면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어도 3월 1일부터 자유인의 신분이 되니까 힘들어도 참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3월 1일부터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졸국'은 인턴과 레지던트 4년 과정을 모두 마친 것을 뜻하는데, 이 과정을 마치면 이들은 대학병원과 계약이 만료되고 '전문의'가 된다.

이는 국내 대학병원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오는 29일 레지던트 4년차들이 '졸국'을 하게 되면 그 자리에 새로운 인턴과 레지던트를 뽑게 되는데, 최근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들의 동맹휴업으로 지원할 인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자리는 교수와 간호사들이 메울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이들의 피로도가 한계치에 근접해 자칫 심각한 의료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의료계의 진단이다.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2.2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대학병원 신규 인턴들 잇따라 임용포기서 제출

부산대병원은 수련의 57명이 3월 1일부터 신규 인턴으로 일할 예정이지만 이 중 52명이 임용포기서를 병원에 제출했다.

충남대병원도 오는 3월부터 병원에 입사할 예정인 인턴 60명 전원이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에 대비해 교수·전문의의 업무 범위를 넓히고 교수가 전공의 업무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대병원도 오는 3월부터 병원에서 근무할 예정이던 수련의 35명 전원이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전공의가 대거 의료현장을 이탈하면서 남아있는 의료진의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신규 인턴들의 충원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제주대병원에서도 다음 달부터 근무하기로 했던 인턴 22명 중 19명이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제주 전체 전공의 141명 중 제주대병원 전공의는 총 95명으로 이 중 76%에 달하는 73명이 지난 20일부터 업무를 거부하고 있어 제주대병원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전남대병원은 신규 임용 예정이던 인턴 101명 중 86명이 임용포기서를 제출했고, 조선대병원도 3월 1일자로 임용 예정이던 인턴 36명 모두 임용포기서를 냈다.

더욱이 3월이면 각 병원 전임의들의 계약이 만료돼 의료대란에 따른 인력 수급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 사태가 나흘째 이어진 23일 오후 대전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2.2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의대생들의 휴학계 신청도 잇따라

의대생들의 휴학계 신청도 잇따라 의료 대란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휴학계를 신청한 대구 모 의대 본과 4학년 B 씨는 "학교 졸업하고 대학병원에서 인턴이나 레지던트 할 계획이 없다. 미국으로 가 의사 자격시험을 치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의 발상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의사를 할 이유를 못 느끼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의료계 측은 "대학 교수는 학생들에게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과목 공부를 열심히 가르친다"며 "해당 과목을 열심히 공부해 성적이 좋은 순서대로 원하는 전공으로 빠지는데, 상대적으로 업무 로딩과 의료소송 위험이 적은 대신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는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병원에 지급되는 '수가'를 인상하는 것이 맞고, 비급여 혼합 진료 금지 방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