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땐 200만원 내렸는데"…럼피스킨병 비상, 경북 소 사육농가 울상

경북 14개 가축시장 폐쇄, 25곳에 거점소독시설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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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뉴스1) 이성덕 기자 = 경북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에서 축산업을 하는 A씨는 24일 "수십년간 젖소를 키우고 있지만 이런 병은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럼피스킨병 발병에 따라 칠곡군 약목면에 있는 소 사육 농가로 들어가려면 30㎞ 가량 떨어진 칠곡군 지천면 연호리의 거점소독시설에서 소독을 받아야 한다.

농가마다 소규모 방역시설이 마련돼 있지만 아직까지는 농장주들이 외부와 차단하는 방어막과 방역시설을 가동하지 않은 상태다.

인근에서 소를 사육하는 B씨는 "구제역이 창궐할 때 소 값이 200만원 정도 떨어졌다"며 "현재까지는 가격 변동이 없는 듯 하지만 럼피스킨병의 전파력이 크다고 하니까 걱정"이라고 했다.

B씨는 "지금은 외부로 이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마을 주민들도 큰 일이 아니면 나가려 하지 않는다"며 "사료 등을 밖에서 받아 들여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칠곡군 한 소 농가 입구에 마련된 소독실. 2023.10.23/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지난 19일 충남, 경기지역에서 럼피스킨병이 잇따라 발생하자 전국에서 소 사육 농가가 가장 많은 경북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2분기 기준 경북 22개 시·군에서 한우 등 식용으로 사육되는 육우는 82만5000두,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는 3만1000두로 전국의 22%를 차지한다.

문경시에 있는 소 사육농장은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충북 음성군의 사육농가와 70㎞ 가량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경북도는 '럼피스킨병 방역대책본부'를 긴급 설치해 24시간 비상체계에 들어갔다.

영양에 있는 한우개량사업소와 젖소개량사업소에서 사육 중인 종축 341두(한우 153두· 젖소 188두)에 대해 백신접종을 마쳤다.

또 도내 14개 가축시장을 폐쇄하고, 21개 시·군에 25개 거점소독시설을 설치·운영 중이며, 농가를 출입하는 축산차량의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중앙정부에 럼피스킨병 백신을 요청했다"며 "소 사육 업주들에게는 럼피스킨병 증상에 대한 설명서를 배포해 유사 증상이 있으면 적극 신고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의심신고는 없다"고 말했다.

럼피스킨병은 소가 모기, 파리, 진드기 등 흡혈곤충에 의해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국내에서 1종 법정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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