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폭염 피해 심한 대구 지자체 재난예비비 집행률은 한자리 수"
용혜인 "4년 평균 본청 13%, 달성·달서 제외 0~2%"[국감브리핑]
- 남승렬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대구의 기초자치단체 대부분이 재난재해 예비비 집행률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성구와 달성군을 제외한 6개 구청들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시 재난 예비비를 대폭 증액했지만 집행률은 0~2%대에 불과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3일 대구시를 상대로 진행하는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태풍과 폭염 피해가 큰 대구지역 지자체들이 재난 예비비를 주민들 재해 지원이 아닌 여유자금 비축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자치법의 균형 재정 원칙에도 벗어난 재난 예비비 편성과 집행 관행은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난재해 예비비는 예상할 수 없는 재난과 재해에 대비, 지자체가 편성 여부나 한도에서 규제를 받지 않고 자율 편성할 수 있다. 얼마를 편성하고 집행하든 지자체 자율에 맡겨져 있다.
용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지자체 예비비 편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80억원의 재난예비비를 편성했지만 실제 집행액은 10억6000만원으로 집행률 13%를 보였다. 2021년과 2022년에는 한푼도 집행하지 않았다.
용 의원은 "2022년은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대구와 경북지역을 강타한 해로, 이럴 때를 대비해 편성된 재난 예비비를 한푼도 쓰지 않은 것은 재난 예비비 편성의 목적이 시민들의 재난 복구와 지원에 있지 않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지자체로는 달성군이 4년 평균 91% 높은 집행률을 보였다. 달서구는 집행률이 31%였다. 하지만 나머지 6개 구청은 0~2%로 극히 저조한 집행률을 보였다. 중구, 서구, 북구는 집행률이 0%였고, 수성구 1%, 동구와 남구가 각 2%였다.
달성군과 달서구를 제외한 6개 구청에선 재난 예비비 편성이 최종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 당초예산에서보다 재난 예비비가 대폭 증액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마지막 추경 편성시에는 지출 예상이 훨씬 쉽다는 점에서 추경시 대폭 증액된 재난 예비비는 증액한 만큼 지출하려는 의도로 인 것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4년 합계 기준으로 동구는 당초 재난 예비비를 76억3000만원 편성했지만 최종 추경에서는 1194억원으로 15.6배 증액했다. 하지만 집행액은 18억9000만원에 불과했다.
북구 역시 추경에서 당초보다 14배 증액했지만 4년 연속 단 한 푼도 집행하지 않고 고스란히 불용 처리됐다.
이를 두고 재난 예비비가 본래 목적을 벗어나 편성되고 집행되는 것을 가리킨다고 용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대구지역의 경우 해마다 태풍이 지나는 길목에 있어 태풍 피해가 연례적이고 폭염 피해도 크다는 점에서 너무 낮은 집행률은 시민들이 합당한 수준의 재난 피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재난시에도 집행되지 않을 예비비가 편성된다면 행정과 복지 등 다른 서비스가 그만큼 축소될 수 밖에 없어 주민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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