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황산가스 유출'에 놀란 대구…안전매뉴얼 있으나마나
화학사고 조례 제정해 놓고 훈련 한번도 안해
관할 지자체, 문자 발송하지 않았고 대피 경로도 안내 안해
-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지방자치단체가 화학사고에 대비해 만든 안전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대구 서구에 따르면 화학물질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구의회가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 따라 구청장은 화학사고에 대비한 훈련과 교육을 실시하고, 사고 대응 담당자를 지정해야 한다.
또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주민들에게 발생 여부, 접수시간과 장소, 외출금지 등 행동요령을 공지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3일 오전 8시46분쯤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 폐수처리장의 황산 저장탱크에서 누런 황산가스가 통기관을 타고 대량 유출됐으나 관할 지자체는 주민에게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고 대피 경로도 안내하지 않았다.
이 사고로 큰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현장에 있던 근로자 등 23명이 긴급대피를 했으며 일부는 두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암모니아 같은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니 소방대원이 대피하라고 해서 나왔다"고 했다.
사고 발생 1시간 전 저장탱크에 황산 23톤을 추가로 넣었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반응으로 인해 통기관을 타고 가스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한 서구의원은 "화학사고 관련 조례가 제정된지 9개월이 지났는데 훈련 일정이 없는 것은 사고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지자체가 훈련을 강화하고 부서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16년에는 염색산업단지 염색탱크로리에서 5ℓ 가량의 과산화수소가 누출되기도 했다.
대구 서구 관계자는 "지난해 관련 조례가 처음 실행됐다"며 "관내에 화학사고 대피장소가 있는데 실제로 주민들에게 대피를 안내하는 훈련은 실시한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화학사고 대피소는 서구노인회관, 내서초교, 서구국민체육센터, 서구문화회관 등 7곳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화학사고 대비훈련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에게 안내문자를 발송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파악된 정보가 정확하지 않거나 혼란이 초래될 경우 즉시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산가스 유출에 대해 한 주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서야 알았다"고 했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해 측정했을 때 황산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사고 당시 비가 내려 공기 중에 정화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상반응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syd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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