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앞 도마서 '개고기 손질'…대구 칠성개시장 식당에 손님 '바글바글'

초복 하루 앞 전국 유일 칠성개시장 가보니
무허가 도축장서 개 도축…"지자체 적극 나서야"

초복을 하루 앞둔 10일 낮 12시쯤 대구 북구 칠성개시장에서 한 직원이 개고기를 손질하고 있다.2023.7.10/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초복(初伏)을 하루 앞둔 10일 낮 12시쯤 전국 유일의 대구 북구 칠성개시장에는 '건강원', '보신탕'이라는 간판을 단 가게 13곳이 줄지어 영업 중이었다.

한 건강원 매장 밖에는 개소주와 흑염소 액기스 등을 담은 한약박스가 줄지어 진열돼 있고, 맞은편의 보신탕을 파는 식당에는 손님들이 바글바글했다. 일부 식당 앞에는 대기줄까지 보였다.

대구 북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칠성시장에는 개소주 등을 판매하는 건강원 4곳, 개고기만 판매하는 식당 5곳, 개고기와 다른 보양식을 함께 파는 음식점 4곳이 있다.

개고기만 취급하는 식당은 사업자등록증만 받고 영업하는 자유업 음식점으로 분류돼 있다.

북구 관계자는 "업주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아 문만 열어놓은 채 운영하지 않는 곳도 있다. 실제로는 5곳만 영업 중"이라고 했다.

대구시가 위생 등을 문제삼아 도살장과 뜬장, 생고기를 진열하는 외부 냉장고를 없애도록 했다.

그러나 가게 앞에서 도마를 펼쳐놓고 개고기를 손질하는 모습도 보였다.

식당 직원은 "식육개가 오늘 아침 일찍 도착해 못다 한 작업을 가게에서 할 수밖에 없다. 빨리 치우겠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죽은 개를 가게 앞에서 손질하더라도 관련 법이 애매해 처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구 관계자는 "축산법에는 개가 가축에 포함돼 있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개를 식용가축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며 "직접 개를 도축하면 안된다는 조항도 없어 암암리에 보신탕집이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 4월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 규칙에 따르면 허가나 면허를 받은 경우에만 도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칠성개시장에서 유통되는 개는 모두 허가받지 않은 도축장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구 관계자는 "식당 주인들이 도축장에서 개를 받고 있다고 말만 할 뿐 정확히 어디에서 몇마리를 받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한다"고 말했다.

10일 대구 북구 칠성개시장 골목 입구. 2023.7.10/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개를 도살하는 업자들은 영업 허가를 받지 않은 곳에서 작업하고 있다"며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이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식용개를 철폐하기 위해 지자체가 적극 나서줘야 한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소, 돼지는 잡아먹으면서 왜 개는 못 잡아먹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에대해 이 대표는 "소, 돼지 등 축산물위생관리법에 포함된 가축은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고 유통되지만 개는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먹여 키우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사육 과정에서 어떤 항생제가 얼마나 사용됐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 또는 도살하는 행위를 일체 금지하는 내용의 '개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임미연 대구 달서구의원은 1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방문해 시민 3000명으로부터 받은 '개식용 반대와 칠성개시장 철폐'를 촉구하는 서명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