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변호사사무실 방화테러 1년…유가족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재판 결과에 앙심을 품은 50대 남성이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무고한 6명의 생명을 앗아간 '방화 테러'가 일어난 지 1년째인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변호사회 사무실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영문도 모른채 아빠, 아들, 남편, 형, 동생을 잃은 유가족과 지인들은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여동생을 잃은 A씨는 "함께하고 싶었던 일이 많은데, 이제는 머리 속에서 그리기만 할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분향소 단상에 흰 국화를 내려놓으며 목놓아 우는 유가족도 보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힘을 써야 한다. 공정한 재판과 합리적인 선고, 당사자간의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설득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6월9일 오전 10시55분쯤 천모씨(당시 53세·사망)가 대구지법 인근에 있는 7층짜리 법무빌딩 2층 변호사 사무실에 휘발유가 든 용기를 들고 들어가 불을 질렀다.

방화로 천씨를 포함해 사무실에 있던 변호사와 직원 등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친 참사가 일어났다.

천씨는 대구 수성구의 한 재개발지역 사업에 투자했다가 분양 저조 등으로 큰 손해를 입자 업무대행사 대표와 신탁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잇따라 패소했다.

투자한 돈을 모두 탕진한 천씨는 상대측 법률 대리인인 B변호사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했다.

화재 당시 B변호사는 다른 재판 일정 때문에 타 지역으로 출장을 가 화를 면했으나, 천씨 사건과 무관한 변호사와 사무실 직원 등 6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사건과 관련,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사법 테러 방지책 마련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매년 6월9일을 '법률사무소 안전의 날'로 지정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