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요? 불가능합니다…국가에도 위기 닥칠 것"[지방소멸은 없다]

[인터뷰] 김세나 경북연구원 인구정책센터 박사
"교육·의료서비스, 좋은일자리가 관건…억대 농부 현실·보편화해야"

편집자주 ...영영 사라져 없어지는 것. '소멸'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토록 무섭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를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그 현실과 고민을 함께 생각합니다.

뉴스1과 인터뷰중인 경북연구원 김세나 박사 ⓒ News1 정우용 기자

(대구·경북=뉴스1) 정우용 기자 = 1960년대만 하더라도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았던 경북은 지난 1981년 대구와 분리되면서 인구가 줄기 시작해 현재 '소멸위험지역' 시·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광역지자체로 전락했다.

경북연구원 '인구정책센터' 김세나 박사를 7일 만나 경북의 인구감소 원인과 대책을 들어봤다.

-인구감소 막을 수 있나?

▶출산율을 제고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나 인구증가는 불가능한 단계다.

합계출산율을 제고하려면 대체 출산율이 2.1명에 근접해야 하는데 지금은 0.8이하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인구정책은 대응 수단이라기보다는 여성들의 사회참여, 일·가정 양립 등 시대에 맞는 기본권 차원에서 유지·강화해 나가야지 이런 것을 통해서 인구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현실적이다.

30~50년 뒤에는 지금 인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확실한 만큼 최대한 부작용없이 사회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만원을 벌다가 30년후에 50만원밖에 벌지 못한다는 것이 확실하면 30년 후 지출을 50만원에 맞게끔 조절해야 한다. 고통스럽지만 인구문제도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경북에 지금은 그나마 노인들이 살고 있지만 더 진행되면 노인도 없는 빈마을만 남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이런 지역에 왜 전기, 수도, 행정을 공급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고 더 심화되면 경북의 절반 정도가 아예 '불용지역'으로 변하게 된다.

지역이 유지되고 관리되고 있으니까 관광도 갈 수 있고 여름에 휴가도 갈 수 있으며 체험도 할 수 있는데 사람이 안 살고 수도와 전기가 끊기면 치안도 안 되고 완전히 쓸모없는 땅이 돼 버린다.

국가적으로도 지금은 제조업이 산업의 주력이지만 농업이 있기에 식량안보 등에도 대응하는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지방의 기능이 소멸되면 국가에도 반드시 위기가 닥친다.

관건은 인구감소 지역을 문제 없이 최대한 부작용 없이 잘 관리해 '불용지역'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경북도의 인구감소 주된 원인은

▶경북도의 인구 감소 원인은 높은 '인구 자연감소'와 '인구 순유출'의 증가가 겹쳐진 것이 주 요인으로 보인다.

경북도의 고령화율은 지난해 기준 23.8%로 전국 2위이고 그중 80세 이상의 후기고령자의 비중은 6.6에 달한다.

고령화율이 높다는 것은 지역활력이 매우 낮고 노인복지와 돌봄에 소요되는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북도의 인구 순유출도 전국에서 도단위 지자체 중 2위를 차지한다. 경북 인구 순유출을 주도하는 20~30대 청년층을 지역에 붙들어 둘 파급력 있는 정책대안이 중앙, 지역 모두 현재 부재하다는 것이 문제다.

20대 청년층뿐 아니라 40대 이상까지 중·장년층의 인구유출의 원인은 일자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경북도의 인구 유출은 수도권과 충남이 주된 유출지역이지만 대구도 큰 유출지역이다. 경북중 인구가 많은 도시인 구미, 포항, 영주, 안동시 등 시부 도시에서 미래 발전동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이 이탈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대 여성의 탈 경북 현상도 심각하다. 이는 결혼과 출산의 주체로 성비가 낮아지는 인구구조를 왜곡하고 저출산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인구유입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들의 수도권과 대구, 울산 등 광역대도시로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경북에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즉 경북 시부 지역 도시의 정주여건 개선 등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위원회 등 지방시대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 초기단계에 경북을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인 정책 발굴 및 참여하고 상향식(bottom-up)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해야 한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에 윤 정부의 지방 주도 정책 어젠다라는 큰 기회를 놓쳐버리면 인구뿐 아니라 지방 생존 및 발전에 큰 실기를 하게 될것이다.

- 인구정책 어떻게 해야 하나.

▶인구 자체에 집중하던 관점에서 탈피해 지역의 장기생존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인구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경북도 인구유출입의 가장 중요한 연령대는 청년층이고 다른 축은 은퇴 전후의 예비노인계층이다.

'살기 좋은 곳'으로 인구가 몰린다.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큰 정책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기초단체로 갈수록 조금 여성적인 마인드로 주민들이 안심하게 살고 편리한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를 키우는 젊은 30~40대 부모세대를 유입시킬 수 있는 정주환경의 강화가 절실하다. 수도권과 차별화된 정책으로 가야 한다.

젊은 세대는 지금 시대의 주류 라이프스타일과 다른 삶을 시도하려는, 모험·실험·창의적 세대로 이런 세대들은 소수이지만 인구감소지역에 의미있는 활력과 재도약 동력이 될 수 있다.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해서는 첫째,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키울 수 있는 교육경쟁력을 갖춘 학교가 필요하다.

경북도교육청과 협의해서 학교 거점지역을 선정하고 각 시군별로 경북도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군청이 위치한 읍 지역 정도만 빼고는 거의 모든 읍면의 학교들은 향후 10년 이내 폐교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둘째, 원활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경북에서 출산과 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있는 곳은 대도시 등 일부에 불과하다. 연접한 2~3개 시군을 생활권별로 묶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필요한 필수 의료인력을 도비로 우선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국책사업화해야 한다.

특히 영·유아기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소아응급의료가 중요한데 이런 것들이 갖춰지지 않으면 젊은 엄마들이 지역에 살고 싶어도 있을 수 없다.

셋째, 수도권 및 대구·부산·울산 등 연접 광역대도시에 나가 있는 경북 출신 청년들을 U턴 시킬 수 있는 강력하고 섬세한 다양한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경북은 기본적으로 농도다. 농업과 수산업 등 1차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모델 창출을 통해 '연봉 1억원 청년농부'가 현실화되고 보편화되도록 해야 한다.

'연봉 1억원 청년 농부' 만들어주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올 사람 정말 많다. 봉급쟁이보다 더 많은 수익이 창출되는 그런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통 등 3차산업과 연계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한 이윤이 최대한 1차 생산자 청년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경북도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소규모 생산농들이 참여하도록 하면 좋을것이다.

결론적으로 경북은 23개 시·군을 기능별로 나눠 포항, 구미, 경산 등 산업을 주도하는 대도시군, 봉화, 울진, 영덕 등 라이프 스타일 전원도시 군, 안동 등 중소규모 도시 군 등으로 나눠 기능에 맞는 전략적인 지원을 경북도에서 추진해야 된다.

-자치단체만으로 인구소멸 대응에 한계가 많을텐데

▶지방소멸은 근본적으로 국가소멸 위기다. 지금은 인구감소 초반기지만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이에 따르는 문제가 상상도 못하게 된다. 합계출산률이 1.0에 한참 못미친다는 것은 향후 30~50년 이내에 국가 전체 인구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말한다.

정부에서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운영과 관련해 지자체에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행안부는 지난해부터 10년 동안 연간 1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배분하는데 지자체들의 기금 투자계획을 심사해 차등배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심사해 국비지원을 차등화하면 각 지자체들은 계획서 만드는 일에 더 매달리게 만들게 된다.

현재는 인구감소 기조지자체 수에 상관없이 광역도 단위로 비슷한 기금이 지원되고 있는데 인구감소 지자체 수가 많은 광역지자체에 더 많은 기금이 배분되도록 개선해야 한다.

-외국인 이민, 결혼 이주민 등이 대안이 될 수 없나

▶필리핀, 캐나다 같은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가는 손 쉬운 방법도 있지만 공감이 안 이루어진 차원에서 끌고 나가게 되면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서구권에 이민자 폭동이라든지 또는 지금 국내에도 다문화 가정이 있는데 부작용 등이 있다. 인구 문제라는 것이 결국은 지역과 국가를 유지하는 그런 문제다.

'이민자 유입'은 인구정책 포트폴리오 안에는 들어가 있지만 가장 마지막에 사용해야 하는 카드다.

왜냐하면 국가의 정체성이나 이런 것들을 바꿀 결심을 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실효적인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news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