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과 '영화 제작'·미술관 운영하는 경북 의성군 '청년들'[지방소멸은 없다]

영화 제작자 황영씨 "인심 좋은 주민들과 좋은 작품 만들 것"
"워케이션센터·출산지원센터로 청년 정착 유도"

편집자주 ...영영 사라져 없어지는 것. '소멸'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토록 무섭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를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그 현실과 고민을 함께 생각합니다.

지난 24일 경북 의성군 한 초등학교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는 학생들.

(의성=뉴스1) 이성덕 기자 = 경북 의성군은 청년 유입 정책인 '이웃사촌 청년 시범마을' 사업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수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5년 동안 의성군에 정착한 청년은 159명이다.

한국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의성군의 '소멸위험지수'는 0.11로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가장 낮다.

'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가임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것이다. 지수가 0.5∼1.0 미만이면 '주의', 0.2∼0.5 미만은 '위험', 0.2 미만은 '고위험'으로 분류된다.

'이웃사촌 청년 시범마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의성군은 향후 청년의 안정적인 정착과 지속적인 유입을 위해 지원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의성군에 정착한 청년 2명 "좋은 작품 만들 것"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에 위치한 안계전통시장에서 안계미술관을 운영하는 김현주씨(40·여)는 "37년간 운영하다 폐업한 목욕탕을 지난해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개관했다. 1층 전시실에 의성지역 학생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전시했는데 친구들 앞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안씨는 "서울에서 대학과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내려온 한 주민이 '대학생활을 하면서 미술관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어릴적 미술관과 같은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면 내 삶에 큰 변화를 줬을 것 같다'는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성군을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고라니북스 대표 황영씨(40)는 "도시에서 팍팍한 삶을 살다 의성에 정착해 주민들과 정을 나누면서 좋은 컨디션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며 "한 작품에서 할머니들에게 연기를 부탁했는데 한 할머니가 '대사도 달라'고 할 만큼 연기에 욕심을 냈다"고 웃었다.

황씨는 "인심 좋은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많아 받아 영화를 잘 만들고 있다"며 "의성에서 느끼는 감정을 토대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정착하는 환경 만들기

그동안 경북 서부권역을 중심으로 '이웃사촌 청년 시범마을' 사업을 진행한 결과,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성군은 동부권역을 중심으로 한 공간에서 일과 휴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워케이션 센터'를 조성하는 등 청년들의 정착에 필요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웃사촌 청년 시범마을' 사업을 통해 정착한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의성군은 지역청년 30명으로 구성된 '청년정책협의체'를 구성했다. 청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지원하기 위해서다.

또 영·유아 가정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출산통합지원센터도 운영 중이며, 소아청소년과와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와 국공립 어린이집을 서둘러 확충하고 있다.

청년들이 주거 문제를 덜어주기 위해 안계면에 행복주택 98호, 국민임대주택 42호 등 신규 주거 단지도 조성하고 있다.

의성군 관계자는 "청년이 청년을 끌어올 수 있도록 일자리부터 주거, 육아 문제까지 해소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