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 2주째 대구 과태료 부과 0건…"홍보 미흡"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9일 오전 10시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

라벨이 제거된 투명 페트병 수십개가 분리수거장에 위치한 페트병 수거함에 담겨있었다.

아파트 경비원 A씨는 분리수거함에 종이박스와 투명 페트병이 제대로 버려졌는지 확인했다.

A씨는 "경비원들이 일일이 버려진 페트병에서 라벨을 분리해야 한다"면서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제 계도 기간이 끝났지만 대부분 주민들이 제도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2020년 12월25일부터 시행됐다.

2021년 12월25일부터 적용 대상을 단독주택까지 확대했고, 어기면 과태료 최대 30만원을 매기도록 했는데 계도 기간 1년이 끝나면서 지난해 12월26일부터 적발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품질 재활용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투명 페트병 분리제도가 도입됐는데, 재활용 원료로 옷이나 가방 소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티셔츠 1벌을 만드는데 필요한 페트병 양은 500㎖ 크기 12병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제도가 현실에서는 제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종량제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도 버린 사람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으면 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지난 1년간의 계도 기간 동안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 배출제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아파트 거주 주민들이 투명 페트병에 부착된 라벨을 제거하지 않고 버리면 경비원이 일일이 수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다가구주택 등 주택 밀집지역에서는 분리수거함이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아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공공근로에 참여하고 있는 B씨는 "주택가에 가보면 전봇대 주변에 라벨을 떼지 않고 버려진 투명 페트병이 검은색 봉지에 배출되고 있다"면서 "좋은 취지의 이 제도가 시민생활에 전혀 정착되고 있지 않아 유명무실하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투명 페트병 배출 위반으로 과태료를 매긴 사례는 아직까지 단 1건도 없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주민들 생활에 안착이 안된 것 같다. 전광판 등을 통해 홍보를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주택가를 중심으로 재활용품 거점수거시설을 확대할 방침이다. 재활용품 거점수거시설은 현재 남구 21곳, 중구 2곳, 수성구 4곳에서 운영 중이며 올해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수성구에 1곳을 추가 설치할 방침이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투명 페트병 배출제는) 홍보에 실패한 사례다. 계도 기간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도 필요하다"면서 "투명 페트병 라벨을 떼기가 어렵다. 일본의 경우 (라벨을) 잘 뗄 수 있고 흔적도 남지 않는다"고 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