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살려줘" 애원하던 여친 버리고 42만원 들고 튄 남친
[사건의 재구성]
-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각자 돈 관리하자."
남자친구인 A씨(46)와 동거하던 B씨(50·여)는 월세와 생활비를 전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화가 나 이같이 말했다.
B씨는 경북 구미시의 한 유흥업소와 연결돼 있는 보도방에서 일했다. 그는 일당으로 벌어온 15만~20만원을 A씨에게 줬으며, A씨가 수입을 관리했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자 B씨는 "왜 나만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벌어오고 당신은 돈을 벌어오지 않느냐"며 "생활비로 쓰고 남은 42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경제적인 문제로 다투던 A씨가 갑자기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 숨을 헐떡이며 "오빠 살려줘"라고 애원하던 B씨는 결국 숨지고 말았다.
A씨는 그런 B씨를 내팽개친 채 그의 휴대전화 케이스에 들어있던 현금 2만7000원과 남은 생활비 42만원을 들고 달아났다.
그는 범행 후 5시간이 지나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B씨에게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현장에서 B씨의 현금이 발견되지 않았고, A씨가 주장하는 범행 동기와 B씨와의 교제 기간 등이 석연치 않자 보완수사에 나섰다.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A씨는 범행 이전부터 B씨에게 자녀가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금전 반환 요구에 B씨를 살해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살인이 아닌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강도살인죄는 5년 이상 징역인 살인죄보다 형량이 더 높다.
A씨는 재범위험성 평가에서 '높음' 수준인 17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평가의 최고점은 30점이며 12점 이상이면 '재범 고위험군'에 속한다.
재판을 맡은 대구지법 김천지원(재판장 이윤호)은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 유족들이 받을 정신적 고통이 큰데도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징역 20년과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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