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폐기물 쏟아졌나"…경찰 등 봉화 광산 매몰사고 합동감식
갱도 내 안전성·안전조치 했나 집중 조사
- 공정식 기자, 남승렬 기자
(봉화=뉴스1) 공정식 남승렬 기자 = 경찰이 두차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와 관련,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경북경찰청 아연광산 매몰 사고 전담수사팀과 과학수사대,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7일 오후 봉화군 소천면 서천리 사고 현장을 찾아 현장감식을 실시했다.
수사팀과 과학수사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 광산 운영 업체 관계자 등 6명은 현장감식에서 제1수직갱도와 제2수직갱도를 비롯해 광산의 안전성과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집중 확인했다.
또 매몰 사고 발생 이후 221시간 만에 구조된 작업반장 박정하씨(62)와 보조작업자 박모씨(56)가 작업 당시 갱도 안에 수직으로 쏟아진 토사의 시료도 채취했다.
수사팀은 토사가 쏟아진 제1수직갱도 아래 집적장에서 토사 일부를 삽으로 퍼내 용기에 담은 뒤 국립과학수사원 등에 보내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또 지하 갱도 구조와 관련된 도면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사용하지 않는 폐갱도에 대한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오후 산업통상자원부 광산안전관, 경찰, 업체 관계자 등이 제2수직갱도에 내려가 갱도 내 안전성 등을 조사했다.
현장감식에서 경찰 등이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쏟아진 토사의 불법 폐기물 여부다. 광산 운영 업체 측이 갱도 안에 광산 폐기물을 불법 매립했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쏟아진 토사가 불법으로 매립한 광산 폐기물인지 조사하고 있다.
또 매몰로 인해 갱도 곳곳을 막고 있는 토사가 어떤 경로로 유입돼 광부들이 작업하던 갱도로 쏟아졌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등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캐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하 갱도 폐기물 불법 매립 의혹은 내부 고발자가 이미 폭로한 바 있다. 지난해 한 내부 고발자는 당시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광산 운영 업체 측이 1만톤이 넘는 광산 폐기물을 매립했다'고 주장했다.
매몰 사고 피해자인 작업반장 박씨도 가족을 통해 "(지하 갱도에서) 일하는 작업 환경이 그렇게 안전하지 않는 것 같다"고 언론에 전한 바 있다.
수사팀은 이런 점을 전반적으로 따져 광산 운영 업체의 안전조치 이행 여부와 쏟아져내린 모래 형태의 토사가 광산 폐기물의 일종인 '광미'인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광미는 광물을 처리하고 남은 찌꺼기로 지정된 장소(광미장)에 버려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용민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오늘 현장감식은 전반적인 갱도 구조 확인을 통해 흘러내린 토사가 어디서 유입됐는지 경로를 확인하고 성분을 분석해 토사가 원래 지하 갱도에 자연상태로 있었던 것인지, 일부에서 주장하는대로 아연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불법으로 나온 것인지 확인 중"이라며 "또 규정에 맞게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월26일 봉화 소천면 서천리 아연광산 지하 갱도에서 토사가 쏟아져 작업하던 광부 7명이 지하에 매몰됐다.
5명은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업체 측 자체구조대가 구했으나 작업반장 박씨와 또다른 박씨(56) 등 2명은 221시간 만인 지난 4일 오후 11시3분 가까스로 구조됐다.
특히 당시 업체 측은 자체적으로 구조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구조활동을 벌였지만 실패하자 사고 발생 14시간이나 지난 이튿날(27일) 오후 8시34분에서야 소방당국에 신고해 초동 대응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자칫 골든타임을 놓쳐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었던 만큼 경찰은 현장감식 결과와 추후 수사를 바탕으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에 앞서 지난 8월29일 이 업체는 같은 광산에서 매몰 사고를 일으켜 2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이미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해당 업체에 대한 수사 외에도 광산의 안전을 관리감독하는 관련 기관에 대한 책임 이행 여부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작업반장 박씨는 "사고가 나기 전날에도 안전점검을 왔지만 옷에 흙탕물 하나 안묻히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그냥 가는 정도"라며 "작업을 위한 갱도인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갱도인지 (안전성) 확인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업체, 같은 광산에서 사고가 반복적으로 났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최대한 철저히 수사해 사안의 진실을 명백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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