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만 했던 노부부도 함께 참변"…포항 아파트 이웃들 눈물(종합)
"남편도 차 빼러 갔다가 하마터면" 가슴 쓸어내려…주민들 트라우마
- 남승렬 기자, 정우용 기자, 이성덕 기자
(포항=뉴스1) 남승렬 정우용 이성덕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몰고온 폭우로 침수돼 7명이 숨진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 W아파트 주민과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7일 이곳에서 만난 주민 A씨는 "평생 일만 하다 숨진 노부부를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A씨가 말한 노부부는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라는 주차 이동 안내방송을 듣고 차를 빼기 위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실종됐던 주민 중 14시간여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70대 남모씨와 남씨의 부인인 60대 권모씨다.
A씨는 "남씨 할아버지는 평생 굴착기 일을 했고 권씨는 직장생활을 했었는데 최근에는 하루종일 봉사활동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이어 "슬하에 아들과 딸을 하나씩 뒀는데 모두 출가해 부부가 일을 하지 않아도 됐다"며 "그런데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을 정도로 부지런하고 성실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전날 지하주차장에서 4분 간격을 두고 비슷한 시간대에 발견됐다. 오후 10시2분쯤 권씨가 먼저 발견됐고 4분 후 남씨가 발견됐다. 2명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자, 아파트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늘 보던 이웃이 졸지에 참변을 당하자 일부 주민은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주부 김현정씨(38)는 아찔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하마터면 남편도 못 돌아올 뻔 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씨는 전날 오후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을 듣고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를 빼달라"며 잠자던 남편을 깨워 부탁했다. 당시 남편의 차는 지상에, 김씨의 차는 지하주차장에 있었다.
지하주차장으로 가던 김씨의 남편은 차량 몇대가 주차장을 빠져나오려 했으나 올라오지 못한 것을 보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김씨는 "남편의 말을 들어보면 당시 차량 3~4대가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려 했는데 쏟아져 들어가는 물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 그 뒤로 몇대의 차가 뒤따라 나오기 위해 줄지어 기다린 상황이었다"며 "뒤에 있는 차에 타고 있던 주민들이 앞의 상황을 모른 채 차 안에서 기다리다 갑자기 물이 밀려들어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 폭우로 전기와 수돗물이 끊겨 친정에 머물고 있다. 그는 "아찔했던 당시 생각이 나 잠을 제대로 못잤는데, 사고를 당한 주민들의 가족은 어떡하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6일 오전 포항 남구 인덕동 W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의 침수를 막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려던 주민들이 갑자기 들어찬 물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실종됐던 주민 2명은 실종 13시간여 만인 6일 오후 8~10시 기적처럼 생환했지만, 뒤이어 발견된 실종자 7명은 모두 사망 추정 상태로 발견됐다.
침수된 지하주차장은 길이 150m, 너비 35m, 높이 3.5m 크기이며 사고 당시 차량 120여대가 주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망자가 안치된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는 유족과 희생자 지인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생존자들은 포항의 한 병원에 옮겨져 안정을 취하고 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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