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거산성 국가사적 승격 추진 '물꼬'…김승수 "학술적 가치 풍부"
- 남승렬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정치권과 학계에서 7세기 초반 신라시대의 '목간'(木簡)이 출토된 대구 팔거산성(대구시 기념물 6호)에 대한 국가 사적 승격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다.
5일 대구시와 문화재 당국 등에 따르면 팔거산성은 대구 북구 노곡동에 있는 성터로, 2015년 지표조사를 시작해 2018년 시굴조사를 거쳐 2020년 10월부터 진행된 학술발굴 조사 과정에서 7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목간 16점과 석축(石築) 7기, 집수지(集水地) 2기 등이 발견됐다.
목간은 문서나 편지 등의 글을 일정한 모양으로 깎아 만든 나무나 대나무 조각에 적은 것으로, 신라시대 건축 연구와 함께 팔거산성의 역사를 밝힐 수 있는 단초라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관리·보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목간이 출토된 집수지는 길이 7.8m, 너비 4.5m, 높이 약 3m이며 면적은 35.1㎡, 저수 용량은 10만5300ℓ다. 학계에서는 신라시대 건축 연구에 의미있는 시설로 보고 있다.
목간 출토 당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적외선 촬영을 통해 판독한 결과 일부 목간에는 한쪽에 끈을 묶기 위해 나무를 잘라냈으며, 실제로 끈을 묶은 흔적이 존재한다.
또 일부 목간에서는 글자나 글자의 흔적이 보이며, 그 중에는 제작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간지와 보리, 벼, 콩 등 곡식 이름이 등장해 602년(임술년)과 606년(병인년) 당시 곡식으로 세금 등을 징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 당국은 목간이 담고 있는 내용이 곡식과 관련된 점, 삼국시대 신라의 지방 거점이 대부분 산성인 점, 기존 신라 목간이 출토된 곳이 대부분 군사·행정 거점인 점에서 팔거산성도 다른 출토 지역처럼 군사적으로 중요하고 물자가 집중됐던 거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따르면 목간이 제작될 무렵인 7세기 초반부터 백제는 본격적으로 신라를 침공하기 시작한다.
이런 국제 정세 속에서 신라의 서쪽지방 방어가 중요해졌고, 낙동강과 금호강의 합류 지점 인근에 위치하면서 주변의 수로나 육로를 통제하던 팔거산성의 입지나 기능이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학계 등은 이런 점에서 팔거산성의 역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팔거산성 발굴조사 성과와 출토된 목간 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산성의 성격을 규명하고 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가 사적으로 승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구을)은 이날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에서 '신라의 지방거점, 대구 팔거산성'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김 의원은 "대구시 기념물인 팔거산성에서 7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목간 16점 등이 대구에서는 최초로 출토되면서 팔거산성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국가 사적으로 승격화하기 위해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설명했다.
학술대회에는 김 의원과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김성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 등 학계와 정·관계 인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팔거산성 일대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이자,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자원이 될 가능성이 풍부하다"며 "지역의 우수한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팔거산성 국가 사적 승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라의 지방 유적에서 목간이 출토된 사례는 인천 계양산성, 경기 하남 이성산성, 경남 함안 성산산성 유적 등이 있으며, 2019년 대구 인근의 경산시 소월리에서 6세기 신라 토지 관련 목간이 발견되기도 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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