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회의원이라는 배 12척, 당심이 뒤엎을 수도"…대구 의원 직격
'이순신 12척 배' 연상 발언…"대구 의원은 싸움 나면 도망"
- 남승렬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이순신 장군이 작성한 장계 내용인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의 배 12척을 빗대 대구 정치권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김광석길 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구의 국회의원 12명, 그 12척의 배가 사실 정신만 차리면 대한민국 정치, 특히 보수정치를 바꿔놓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대구 12척의 배는 싸움이 벌어져도 매번 저 바다 밖에, 뒤에 도망쳐 가 있는 게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둘러싼 당내 내홍과 갈등이 숙지지 않은 여당의 정치적 혼란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공천에만 매달려 눈치만 보는 타성에 젖은 대구지역 정치인들을 '이순신의 배 12척'이 아닌 '무기력한 배 12척'에 비유한 발언이다.
이 전 대표는 "당심(黨心)의 바다라는 곳에서 당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거기에 떠있는 일개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정도의 배는 당심의 분노가 뒤덮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대구의 정치가 바뀔 것"이라며 "(싸움이 나면 도망가는) 대구의 12척 배가 앞으로 그렇지 않도록 독려해 주는 것이 여러분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도 대구 서문시장을 다녀가셨고 대구를 향한 애정을 보여주셨지만 대구가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며 "대통령이 아무리 서문시장에 오셔서 대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낸다 하더라도 실제 일을 해야 할 대구의 정치인들이 바뀌지 않으면 대구의 정치는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인은) 위가 아니라 더 아래를 봐야 한다"며 "누군가에 공천을 받기를 기대하는 정치의 모습보다 민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로 대구의 정치가 탈바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지금 대구의 정치가 과연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냐"고 되물은 뒤 "세금에 허덕이고 고생할 국민을 위해 자기 이야기를 하던 정치인은 배신자로 몰고, 대구 시민이 어디서 어느 구석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정치인들은 오늘도 초선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의 전위대가 돼 활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자성어만 보면 흥분하는 우리 당 의원들을 위해 작금의 상황을 표현하자면 '지록위마'"라며 "윤핵관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을 때, 왜 초선의원들이 그것을 말이 맞다고 앞다퉈 추인하며 그것이 사슴이라고 바른 말을 하는 일부 양심있는 사람들을 집단린치하냐"고 윤핵관과 당내 초선 그룹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초선이라서, 힘이 없어서 그렇다는 비겁한 변명을 받아주지 마시라. 제가 아는 정치인 김영삼은 초선 때부터 용감했다. 이승만 대통령에게 3선 개헌은 안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고, 사사오입에 저항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아는 초선 의원 노무현은 5공 청문회에서 소리 높여 싸웠고 그 서슬퍼런 곳에서 명패를 집어던졌다. 대구의 의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싸웠고 무엇을 위해 희생해 왔으며 어떤 탄압을 감내하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사법부 판단마저 무시하려드는 그런 행태에 대구 의원이 있다면 대구 시민께서 꾸짖어 주시라"며 "그들에게 어떤 꾸짖음을 줘도 고쳐지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고 더 이상 고쳐쓰지 못한다는 확신이 들면 바꿔쓸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주시라"고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2022년 지금, 대구는 다시한번 죽비를 들어야 한다. 어렵게 되찾아온 정권, 그리고 처음으로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두고 적극 참여한 대선의 결과를 결코 무너지게 내버려두면 안된다"며 "복지부동하는 대구의 정치인들에게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더 약해지라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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