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 식수원 안동댐 물로"…구미 이전 조정되나(종합2보)

권기창 안동시장과 '맑은물 하이웨이' 첫 논의
"구미에 읍소 않고 안동과 상생"…안동시도 동조

홍준표 대구시장이 11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권기창 안동시장과 만나 '낙동강 상류 댐의 대구 식수원 활용(맑은물 하이웨이 사업)'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22.8.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대구 취수원의 경북 구미 이전이 변경되거나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선8기 들어 대구와 경북 구미의 '물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낙동강 수질 오염의 원인을 구미공단으로 지목하며 취수원 이전 논의를 이어가던 구미시와 논의를 중단하고 대구 식수원 문제를 안동시와 상생 관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시장은 11일 오후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권기창 안동시장과 면담을 갖고 '낙동강 상류 댐의 대구 식수원 활용'(맑은물 하이웨이 사업)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도수관로를 연결해 안동댐의 원수를 대구로 가져오면 대구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오염의 원천인 구미공단에 발목이 잡혀 구미시장에게 읍소해 가면서 식수원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안동에 대해서는 상생을 언급하며 "도수관로를 만드는데 1조4000억원 가량 드는데, 그돈을 대구시와 안동시가 대는 것이 아니다"며 "가격으로 보면 안동의 원수를 가져오면 대구 시민 1인당 월 1000원 정도만 더 부담하면 된다. 수자원공사도 적극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구미시에 대해서는 '갑질', '야박' 등의 표현을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홍 시장은 "물이라는 것은 공공재인데 우리 지역에 있다고 해서, 물 가지고 야박하게 구는 것을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최근 김장호 구미시장의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다시한번 내비쳤다.

앞서 김장호 구미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취수원 문제는 대구시의 현안이지 구미시의 현안이 아니다"며 구미 취수원의 대구 공동 이용을 적극 추진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자 홍 시장이 지난 8일 "대구의 물 문제가 왜 발생했나. 구미공업단지가 무방류 시스템을 채택했다면 대구의 물이 이렇게 나빠질 이유가 없다"고 맞받아치면서 두 지자체간의 물 분쟁이 다시 점화됐다.

경북 북부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2020년 8월6일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안동권지사가 수위 조절을 위해 경북 안동시 임하댐의 수문을 열고 초당 300t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안동시 제공) 2020.8.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홍 시장은 "오염의 원천이 구미공단에 있는데 구미시장에게 읍소해 가면서 대구 식수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구미공단을 만들어서 낙동강 상류지역은 공단의 번영 다 누리고 하류지역 사람들은 그 폐수를 그대로 안고 고통받은 지 몇년이 됐느냐. 구미시가 대구 시민들에게 갑질하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있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구미공단의 폐수 문제를 짚으며 "낙동강이 더 이상 구미공단 폐수로 오염되는 것을 철저히 막겠다"며 "구미공단의 폐수 문제를 쟁점으로 삼아 대구 시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일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미공단에 폐수 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 대구시장이 무슨 권한이 있겠냐 하겠지만 관료적 상상력이 아닌 정치적 상상력으로 들어가면 그건 다른 문제"라며 구미공단의 폐수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며 구미시를 압박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안동댐 원수의 대구 식수원 활용 방안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권 시장은 "기본적인 개념에는 동의한다. 안동의 입장에서는 깨끗한 물을 낙동강 하류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고 상생 협력이 돼야 한다"며 홍 시장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이어 "낙동강 수계 물 문제는 개인의 문제도, 지자체의 문제도 아니다"며 "(공공재인 물을 통해) 낙동강 수계 상·하류지역의 교류 협력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뭔가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의 지방선거 공약인 '맑은물 하이웨이'는 시민들의 식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낙동강 지표수 대신 낙동강 수계 상류의 안동댐과 임하댐의 1급수 댐 물을 도수관로로 연결해 운문댐으로 끌어와 식수로 공급하려는 것이다.

안동댐~영천댐~운문댐~대구 정수장을 잇는 약 147㎞ 구간에 도수관로를 건설해 대구의 식수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권 안동시장 역시 후보자 시절 공약으로 안동에서 수돗물을 생산해 낙동강 하류 지역에 공급하겠다는 '낙동강유역 광역상수원 공급체계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두 공약 모두 낙동강 상류 댐 물을 하류 지역 주민들의 식수로 공급하겠다는 공통된 내용을 담고 있다.

대구시와 안동시는 향후 실무추진단협의를 통해 '맑은물 하이웨이 추진방안 검토 용역'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권기창 안동시장이 11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면담을 갖고 안동댐 물을 대구 상수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22.8.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한편 정부 조정안인 구미 해평취수장의 대구 공동 이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도 의결돼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홍 시장이 안동댐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해 정부안이 일정 부분 변경되거나 조정될 여지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