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도 없어 기초수급비로 근근이 버텨"…더위 허덕 쪽방촌 사람들

9일 대구 서구 비산동 북부정류장 인근 한 주택 안 입구에는 대구쪽방상담소에서 제공하는 얼음물이 놓여져 있다. 2022.8.9/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9일 대구 서구 비산동 북부정류장 인근 한 주택 안 입구에는 대구쪽방상담소에서 제공하는 얼음물이 놓여져 있다. 2022.8.9/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낙후된 냉방 설비로 대구 쪽방촌 거주민들이 더위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거주민들의 일자리마저 줄어들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다.

9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동 북부정류장 인근.

한 주택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민들은 푹푹 찌는 방의 온도를 조금이라도 떨어뜨리기 위해 현관에 방충커튼을 치고 문을 활짝 열어뒀다.

'선풍기 1대로 여름을 버티고 있다'는 주민 A씨는 "집집마다 제공되는 선풍기 1대가 고장이 나 바꿔달라고 쪽방상담소에 요청을 했지만 교체 기준을 이유로 바꿔주지 않아 소리는 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몇 푼이라도 벌기 위해 일용직으로 나가고 싶지만 체격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불러주는 곳이 없다"며 "요즘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과 간편식 등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서구 쪽방촌 거주자들은 100여명 정도다. 최근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기초생활 조건수급자 비율도 높아졌다.

창문도 없는 방에서 생활하는 주민 B씨는 "에어컨을 설치하고 싶다고 집주인에게 말했지만 화재 위험이 높다고 허락하지 않았다"면서 "창문이 없는데다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사우나가 따로 없다"고 한 숨을 쉬었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쪽방촌 주민들은 무더위 대피소를 찾아 나서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는 상태다.

주민 C씨는 "인근에 무더위쉼터인 은행이 있다고 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돼 포기한다"며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경로당을 제외하고 젊은 층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쪽방상담소 관계자는 "한 달에 1번이라도 쪽방촌 주민들에게 생활필수품 등을 제공하고 싶지만 코로나19 지원 예산이 올해가 마지막이다"며 "쪽방촌 주민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더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