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에 대구 전통시장 상인들 "죽으란 말이냐"
-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아무 것도 없는 상인들만 죽어나게 생겼어요."
5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시장 입구에는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폐지는 전통시장의 고통입니다'는 큰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한 과일가게 상인이 "대형마트 의무휴업마저 폐지되면 돈 없고 힘 없는 상인들은 진짜 막막하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2대째 건어물를 팔고 있는 상인은 "새벽 배송 등으로 온라인까지 장악한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 옳은 것이냐"며 "재래시장과 마트가 번갈아 문을 닫는게 정착돼 잘 굴러가고 있는데 왜 바꾸려 하느냐"고 했다.
상인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그동안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목소리를 냈다.
채소를 판매하는 상인은 "마트가 영업을 안하는 날에는 확실히 손님이 더 많다"며 "마트가 문을 닫으니 1000원이라도 더 팔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년 동안 시장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의무휴업 덕분에 전통시장이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모두 힘들겠지만 더 힘든건 소상공인들"이라고 했다.
최근 대구 서문시장 상인 1700여명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으며, 곧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7월 21일부터 열흘간 국민제안 안건 10개를 온라인 투표에 부쳐 상위 3건을 국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5일 현재 57만7415개의 '좋아요'를 받아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2012년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10년여 만에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됐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논의가 시작된다는 것은 결국 강행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의무휴업이 폐지된다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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