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건설, 전국 건설현장 공사 중단…협력업체·일용직 '발동동'
부산L타워·울산샤힌프로젝트 건립 일정 차질
건설사 "유동성 위기와 관련 없어…동절기 안전사고 예방 차원"
- 손연우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1군 건설사인 L건설이 다음 주부터 전국 건설 현장 공사를 중단한다. 갑작스런 통보에 협력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연말 일용직 근로자들의 생계 유지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19일 부산지역 L건설 협력업체 등에 따르면 L건설은 23일부터 31일까지 일부 공사 현장을 제외한 전국 건설 현장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건설사가 부산지역 랜드마크로 건립 중인 L타워 공사 일정에도 차질을 빚게됐다. 타워는 지상 67층, 지하 7층, 높이 342.5m 규모로, 완공되면 국내 세 번째로 높은 건축물이 된다.
그동안 수차례 공사가 연기되다 지난해 8월 착공했으나 지난 6월 호텔과 업무시설 등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시에 설계 변경을 신청했다. 준공 예정일이 당초 2026년에서 2년 정도 미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공사 흐름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이외에도 부산에선 만덕센텀 대심도, 한진 CY, 대연 3구역 재개발, 강서 오카도 물류센터 등에 대해 공사를 멈춘다.
울산에선 난항을 거듭하며 진행 중인 강동 L리조트와 9조2580억 원 규모의 국내 최대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프로젝트 등 굵직한 공사가 해당 기간 전면 중단된다. 경남에서도 창원 사화공원민간특례사업 공동주택 신축공사와 양덕 4구역 재개발 등 공사가 중단된다.
L건설의 부울경 지역 공사현장 수는 20여 곳으로, 협력업체와 일용직 근로자 수는 수천 명에 이른다. 전국 공사장을 합하면 피해 업체·근로자 수는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 중단 소식을 최근까지 듣지 못한 일부 업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사를 멈출 때는 보통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업체 측에 알리는데, 대형 건설사에서 이런 식으로 갑자기 통보하는 경우는 없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이 대처할 수 있는 기간도 주지 않고 갑자기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명백한 갑질"이라며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빌려서 현장에 들어온 업체의 경우 장비 대여료 등 부담을 업체들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건설사 측은 장비 대여료를 지급할 수 없으니 장비를 빼든지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라며 "협력업체 직원 월급이나 현장 유지비 등도 다 우리(협력업체)가 내야되는데 10일치 기성금도 못받는 상황에서 당장 연말에 큰일이다"고 말했다.
건설사 측은 이번 조처가 최근 불거진 그룹의 유동성 위기설과는 관련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L건설 관계자는 "직원들의 재충전 기회를 마련하고 동절기 안전사고 집중기간을 피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 기성금은 당장은 줄겠지만 전체 지급분은 차질없이 지급될 것"이라며 "협력업체 피해에 대해서는 업체와 상의해서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yw534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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