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빵, 배고파요"…학비연대 총파업에 전국 곳곳 급식 차질(종합)
샌드위치, 음료수 등으로 급식 대체
학교비정규직 노조, 처우 개선·차별 해소 파업
- 조아서 기자, 박소영 기자, 이수민 기자, 박민석 기자, 오현지 기자, 신준수 기자
(전국=뉴스1) 조아서 박소영 이수민 박민석 오현지 신준수 기자 = 학교 급식·돌봄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체계 개선을 요구하며 6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전국 학교 곳곳에서 급식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찾은 인천시 동구 창영초등학교 급식실은 여느 점심시간과 다름없이 시끌벅적했지만 찰보리밥, 김치찌개, 보쌈 등 푸짐했던 점심 메뉴와 다르게 도넛과 카스텔라 빵, 주스 등 간편식이 제공됐다.
고학년들은 친구들끼리 모여 컵라면을 먹거나 제공되는 간편식을 먹는 모습이었고, 저학년들은 미리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었다.
같은 시각 광주 서구의 한 중학교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평소처럼 급식실로 가지 않고 교실에 모여 앉아 나눠 받은 샌드위치와 사과주스를 먹었다.
평소 급식판에 가득 담긴 따뜻한 밥과 고기반찬, 국에 비하면 소박한 점심이지만, 1~4교시 내내 수업을 들으며 배가 고팠던 학생들은 허겁지겁 음식을 먹었다.
한 학생은 "하나도 배가 차지 않았다"며 "오늘 급식 시간이 줄어들어 수업도 좀 빨리 마친다고 하니 얼른 집에 가서 제대로 된 '밥'을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 한 초등학교에서도 전교생 503명에게 따뜻한 밥과 국 대신 샌드위치와 초코우유 등 간편식이 제공됐다.
이날 급식 메뉴였던 잔치국수와 닭다리 프라이드를 기대했던 학생들은 급식 메뉴를 보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저나 식판도 필요 없는 간단한 대체식에 학생들은 대체로 10분 내외로 식사를 마쳤으나, 평소 먹는 양에 비해 단출한 식단 탓에 고학년들은 식사를 마치고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며 간식을 찾기도 했다.
한 학생은 "금요일은 원래 '잔반 없는 날'이라서 일주일 중 급식이 가장 맛있는 날"이라며 "잔치국수를 푸짐하게 받아서 먹으려고 했는데, 빵이 나와서 아쉽다"고 울상을 지었다.
경남 남산초에서도 전날 단호박쌀밥, 차돌된장찌개, 치즈연어스테이크 등 풍성했던 점심 급식과는 달리 카스텔라빵과 초콜릿 도넛, 감귤주스가 학생들에게 제공됐다.
간간이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는 학생들은 옆자리에 앉은 친구들과 어떤 도시락을 싸왔는지 묻거나, "한 입만 달라"고 말하며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거나 빵을 먹기 원하지 않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간소하게 준비한 밥과 김치, 김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제주제일중학교 역시 이날 삼각김밥 2개와 초코 빵, 귤 등을 학생들에게 대체식으로 배식했다.
학부모들은 파업에 동의한다면서도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 모 씨(40대)는 "급식 파업 소식을 듣고 평소 일어나던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 김밥을 쌌다"며 "(내가) 힘든 건 괜찮지만, 갑자기 급식을 못 먹는 아이들이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자라는 아이들이 한두 끼 안 먹는 건 괜찮아도 케이크랑 빵으로 식사하는 게 화가 난다"면서 "파업도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거겠지만, 아이들한테까지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전국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동조합·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는 지난해 7월부터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과 실무교섭(9회)과 본교섭(4회)을 진행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연대회의 노조는 △기본급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 △일할수록 커지는 격차 해소를 위해 근속수당 인상 △직무보조비 지급 △복리후생수당 정규직과 동일기준 지급 △직무가치를 반영한 임금체계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실시된 파업 규모는 직전 파업(지난해 3월 31일)과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당시는 교육부 추산 2만3516명(13.9%)의 학교 비정규직이 파업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3293개 학교(전체의 25.9%)가 대체식을 제공하는 등 급식 운영이 중단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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