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오피스텔 추락사' 20대 여성 스토킹한 전 남친 2심서 감형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데이트 폭력을 호소해온 20대 여성이 자택에서 추락해 숨진 가운데 20대 전 남자친구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부산지법 형사3-3부(이소연 부장판사)는 22일 특수협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25)에게 3년 6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 2개월을 선고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 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12월 연인관계인 B씨(20대) 주거지를 찾아 기물을 파손한 혐의를 받는다. 또 A씨는 B씨 주거지 인근에 머무르면서 17시간동안 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르고, 365회에 걸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한 혐의도 받는다.

B씨는 지난 1월 7일 주거지인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에서 A씨와 말다툼 중 건물 밖으로 추락해 숨졌다.

1심 재판부는 "말다툼 과정에서 B씨가 숨지는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점은 매우 부적절했다"면서도 "A씨는 B씨의 사망과 관령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고 다각도의 조사를 받았지만 명확한 관련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B씨에게 극도의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줬단 점을 고려해 일부 범죄에 대해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른 가중형을 채택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는 특수폭행의 경우 B씨에 대한 해악의 고지가 없었다며 1심 판결 불복했다. 또 1심 재판부가 피해자 사망과의 관련성을 인정하는 판시를 했고,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 개정 전에 기소된 이번 사건에 개정법의 양형기준을 고려했기에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A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하며, 1심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와인잔을 자신의 손에 깨뜨린 것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야간에 거주지에 둘만 있는 상황에서 깨진 와인잔은 생명, 신체를 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물건으로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고, 실제 B씨를 가해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범죄성립 요건도 아니다"고 배척했다.

이어 "기소 당시 스토킹범죄처벌법의 새로운 양형 기준이 적용되기 전이었으나 이를 참고 자료로 삼았더라도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현행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이상을 형을 정한다 해도 양형 재량의 내재적 한계를 일탈했다고도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인과계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은 특수한 관계 때문에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범행 직후 오고간 문자 메시지가 통상의 연인과 같았다는 사정만으로 A씨 범행의 중대성을 함부로 낮춰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B씨의 사망에 대해 A씨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수많은 엄벌 타원이 있었지만 헌법에서 정한 이중처벌금지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원심에서 형사공탁, 당심에 들어 민사소송의 변제공탁 자료 제출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감형의 이유를 밝혔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