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형제복지원' 부산 덕성원 피해자들…국가 상대 소송 나선다
1970~1980년대 아동보육시설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제2의 형제복지원'이라고 불리는 부산 아동보육시설 덕성원에서 1970~1980년대 중대한 인권침해가 자행된 사실이 최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로부터 인정받은 가운데 덕성원 피해자들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선다.
19일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덕성원 피해자 43명은 법률 대리인과 함께 국가와 부산시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다음달 16일 부산지법에 소장을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이번 소 제기는 진화위로부터 덕성원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진실규명을 인정받은 뒤 덕성원 피해자들이 진행하는 첫 배상청구 소송이다. 구체적인 배상 청구액 등 세부 사항은 피해자별 수용 기간과 피해 정도에 따라 논의를 거쳐 책정될 예정이다.
진화위는 지난달 덕성원에서 강제노역과 구타, 성폭력 등이 자행된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
진화위에 따르면 덕성원은 원생들을 각종 강제 노역에 동원하고, 작업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구타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주된 가해자는 원장 김 모 씨와 원장의 장남, 총무 등 직원들이었는데, 이들은 이유 없이 피해자들을 자루에 넣어 지붕에 매단 후 몽둥이로 무차별 폭행하거나 감금해 굶겼으며, 상습적인 성추행·성폭행 문제도 발생했다.
덕성원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은 경찰에 6차례나 신고됐지만 당시 경찰은 피해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돌아가거나, 폭행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교육상 필요한 조치였다"는 원장과 가족들 말만 듣고 내사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덕성원은 1952년 전쟁고아를 수용하는 아동보호시설 덕성보육원으로 개원해, 1996년 사회복지법인 덕성원으로 명칭을 변경한 뒤 2000년에 폐원했다.
당시 부산시는 아동복지법 등 법령과 공문을 통해 덕성원에 아동 수용과 전원 등을 지시했고, 덕성원은 국가와 부산시의 보조금으로 시설을 운영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국가의 지도·감독을 받는 기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덕성원이 국가로부터 원생들의 의식주를 위해 받은 보조금은 설립자와 원장 일가가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실화해위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덕성원 강제 수용 및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 회복 조치를 국가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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