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와 짜고 허위 비급여진료 기록…보험금 64억 편취 병원 적발

병원장, 범죄단체조직 혐의 적용…브로커 등 4명 구속
허위 보험청구 환자 757명 불구속 송치

무좀 레이져 치료를 대신해 쌍커풀 수술을 받은 모습.(부산경찰청 제공)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성형·미용시술을 하고 비급여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진료기록을 발급해 보험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전문의·보험설계사·손해사정사 등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이 범죄집단을 결성해 조직형 보험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이례적으로 병원장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9일 범죄단체조직, 보험사기, 의료법위반 혐의로 60대 마취·통증의학 전문의 A씨, 알선·상담 브로커 등 총 4명을 구속하는 등 보험사기 범죄단체조직원 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부산 동래구 한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성형·미용 시술을 하고, 줄기세포 시술, 도수치료, 무좀레이져 치료 등 허위 비급여진료기록으로 보험사에 비용을 청구해 보험금 64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전문의인 병원장 A씨는 2020년 12월 15일 병원을 개설한 뒤 브로커, 손해사정사, 약사 등을 고용해 조직을 결성하고, 결제비용의 10~20%를 소개료 명목으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모집했다.

손해사정사는 본래 보험사고 발생 시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산정업무를 전문적으로 하지만, 이들은 병원에 상주하면서 허위 보험금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법적 문제를 미리 예상해 병원 직원들과 환자들에게 교육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약사는 환자가 아닌 병원으로부터 허위 처방전으로 받아 약 제조 없이 건강보험공단에서 10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통원실비대상인 도수·무좀레이져 시술과 입원실비 대상인 줄기세포시술을 세트상품으로 만들어 환자당 300만~1000만원 상당의 치료를 결제시키고, 환자들의 실손보험 한도 금액에 맞춰 보험금을 청구한 뒤 모발이식, 쌍커풀 수술 등 미용·성형수술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도.(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은 A씨가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병원을 개설했다고 판단했다. 또 총책인 A씨를 주축으로 의사·브로커·손해사정사 등이 자금팀, 알선·상담팀, 보험팀, 처방처리팀으로 조직적 체계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단속기관 적발에 대비해 텔레그램을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고, 브로커를 통해 검증된 예약 환자만을 내원할 수 있게 하는 등 치밀한 범행 정황을 파악했다.

이러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찰은 이들이 범죄단체(집단)를 조직 또는 가입했다고 보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병·의원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범죄를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하거나 가입·활동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 2013년 법률이 개정되면서 범죄단체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위험성이 큰 범죄집단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판례 상 ‘최소한의 통솔 체계’를 갖추지 못했어도,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조직적 구조를 갖추고 있을 경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경찰은 부동산 등에 기소전추징보전 결정을 받아 범죄수익 3억10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병원은 폐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허위 보험청구 환자 757명도 불구속 송치했다. 환자들은 평균 200~400만원, 최대 1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 받았으며,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135명은 보험설계사로 밝혀졌으며, 경찰은 관계기관에 행정처분을 요청한 상태이다.

경찰은 미출석 피의자 등 나머지 환자 1500여명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병원 차트.(부산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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