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활동 제한 반발' 부경대 농성 학생 연행…학생·학교·경찰 이견
- 장광일 기자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대학생들이 정치 활동을 제지하는 학교 측에 반발,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된 가운데 당시 상황을 두고 학생, 학교, 경찰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대학생 단체 '부산 윤석열 퇴진 대학생 행동'은 지난 5일 부산 남부경찰서를 방문해 부경대 내 광장에 집회신고를 내고 효력이 발생한 7일 오전 11시 20분쯤부터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활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부경대 학교 지침에는 종교, 정치적 활동을 위한 시설물 사용 허가가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총장의 승인이 있을 경우 제한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시설물 사용이 허가된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 측에 총장과의 면담을 신청했고 학교 직원의 안내에 따라 단체 중 8명이 대학 본부 건물 3층 총장실 앞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말을 돌리며 면담시간을 확정해 주지 않자 학생들이 2박 3일간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9일 오후 8시쯤 농성을 끝낸 학생들은 정문이 열린 것을 확인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짐을 챙기던 중 학교 정문이 잠겼다. 이후 한 학교 직원은 후문으로 나가달라고 안내했으나 학생들은 정문으로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혀 약 3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이때 학생들을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산 시민단체, 학생 단체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창문 등을 두드리며 '학생들을 감금하지 말라'고 외쳤고 이에 위협을 느낀 학교 직원은 112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은 농성을 벌이던 학생 8명을 공동퇴거불응(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연행했고 이를 저지하려던 학생 2명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부산 윤석열 퇴진 대학생 행동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산지부는 13일 부산 남구 부경대 대연캠퍼스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립부경대에서 벌어진 집회의 자유 침해와 불법 체포, 감금 행위를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농성을 벌이던 학생들은 부경대 총장실 앞에서 기다려도 총장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 1층으로 내려왔다"며 "당시 1층 문이 활짝 열려있던 것을 확인했으나 후문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 지침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또 농성 당시 학생들이 정문이 열린 것을 확인한 뒤 정문으로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학교 측에서 정문을 잠그고 후문으로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인적 사항을 밝히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고 겁박했다"며 "또 나가려는 사람들을 퇴거불응으로 체포하고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을 공무집행 방해로 체포했다"고 했다.
이에 학교 관계자는 "처음에는 학교 직원이 정문이나 후문으로 나가면 된다고 안내했다"며 "그러나 밖에서 외부인들이 건물 쪽으로 다가와 정문을 잠그고 후문으로 나가달라고 다시 안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중 부경대 학생은 1명뿐이었고 더 이상 외부인들을 건물 내로 들일 수 없어 정문을 잠궜다"며 "이전부터 에브리타임 등 교내 SNS에서 외부인들이 학교에서 소란을 벌여 불편하다는 학생들의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칙 개정에 대해서는 차후 검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상황 정리를 위해서는 신원 확인이 필요한데 이에 응하지 않아 체포한 것"이라며 "당시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학생들이 체포 이후 인적 사항 확인에 협조했으며 변호인이 향후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혀 체포 약 4시간 후에 이들을 석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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