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거래 관리부실로 20억 손실 공동어시장…"운영 규정 개선을"

중도매인 부도 탓…업무상 배임 혐의로 해경 내사
내부서도 불분명한 예외조항 불만…제도 보완 검토

공동어시장. 뉴스1 ⓒ News1 장광일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장광일 기자 = 국내 수산물 위판의 약 30%를 책임지고 있는 산지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이 최근 중도매인 부도로 수십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된 가운데, 어시장이 내부 규정을 어긴 채 거래를 중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해경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담보 이상의 외상거래에 대한 관리 부실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운영 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해경은 최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부산공동어시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시장은 미수금을 갚지 못한 소속 중도매인 2명을 부도 처리하면서 약 20억원의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어시장이 내부 규정에 맞지 않게 보증금 이상의 거래를 용인했다가 피해를 키운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어시장 위판 구조는 중도매인이 선사에서 생선을 구매할 때 어시장이 우선 선사에 생선대금을 지급하고, 이후 중도매인으로부터 대금을 돌려받는 식이다.

이때 중도매인은 어시장에 보증금 명목의 ‘어대금’을 맡기는데 어시장 손실을 막기 위해 원칙적으로 각 중도매인은 담보금액 한도 안에서만 물건을 구매하고 외상을 할 수 있다.

다만 수산물 어획 물량이 유동적인 데다가 특히 성어기인 9~12월 어획량이 집중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담보 이상의 구매를 허용한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보증금을 초과한 거래를 관행적으로 이어왔다.

부도를 낸 중도매인들도 그간 보증금 초과 거래를 해왔는데 미수금 반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변제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공동어시장이 거래를 정지했고, 이들은 2020년 1월과 2023년 10월 각각 최종 부도 처리됐다.

하지만 부도 직전까지 보증금의 몇 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외상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이들이 담보한 보증금 제하고도 약 20억원의 손실을 어시장이 떠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대규모 손실을 두고 일각에서는 초과 거래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에 구체적인 조건이 명시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부터 명문화되지 않은 예외조항의 세부 조건을 두고 주먹구구식 운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번 사태로 인해 더욱 높아진 가운데 지난 9월에는 한 중도매인이 어시장 사무실에서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난동을 피우는 일까지 발생했다.

한 어시장 소속 중도매인은 "간부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초과 거래 허용 금액이 달라지고, 부도난 중도매인 중 1명은 파산 직전 어대금 일부를 돌려받기까지 했다"며 "결국 부도난 중도매인에게 받아야 할 돈을 어시장의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할텐데 이는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어시장이 판단 오류 또는 '봐주기' 식 운영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어시장은 예외 조항의 모호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매수실적, 대금회수율, 미수금 납입 계획 등 거래 신뢰도를 근거로 초과 거래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시장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에 원전 이슈까지 터지면서 국내 수산물 소비가 줄자 많은 중도매인이 해외로 판로를 넓혔는데 해외 수출 시 국내와 달리 거래 기간이 길어지고, 컨테이너로 운반하니 취급하는 물량 단위도 커지면서 위험부담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사고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단순히 중도매인의 보증금을 증액하거나 규정에 따라 거래액을 제한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경우엔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시도하기 어렵다"면서 "초과거래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의 조건은 따로 명문화되지 않았으나 수년간 거래를 하며 쌓인 지표를 기준으로 조건부 거래를 결정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소속 중도매인 중 초과거래를 하는 비율은 약 20%인데, 이들을 규정 안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현재 '담보의 1배수만 거래할 수 있다'는 지침을, 매수 순위에 따라 1~3배로 차등 허용할 수 있도록 개정하려 했으나 번번히 무산됐다"며 "담보 외 4억원 한도의 신용한도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제도적 보완을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