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15년' 친할머니 살해한 지적장애 남동생 정신감정

항소심서 남동생 심신장애·누나 공동정범 부인 주장
재판부, 수사시관에 범행 당일 통화기록 제출 요청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설 연휴 70대 친할머니를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남매 중 지적장애 남동생이 항소심에서 정신감정 결정을 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부(이재욱 부장판사)는 29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동생 A 씨와 누나 B 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앞서 1심에서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받았고 항소했다. 검찰은 양형 및 전자장치 부착 기각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날 남동생 A 씨 측 변호인은 심신장애가 고려돼야 한다며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1심에서 A 씨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미 A 씨가 지적장애 2급임이 증명됐다며 정신감정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변호인은 "지적장애 외에 충동조절 장애, 우울증, 판단력 장애 등 추가적인 정신 병력 가능성도 있다"며 "감정을 통해 확인된다면 항소심 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감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드리면서 구속 상태인 A 씨에 대한 감정유치가 결정됐다. 감정유치란 피고인의 정신 또는 신체를 감정하기 위해 법원이 일정 기간을 정해 의료기관 등에 피고인을 유치하는 강제 처분 방식을 말한다.

이날 누나 B 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도 분리해 진행됐다. B 씨는 1심과 같이 공동정범임 부인했다.

B 씨의 변호인은 "남동생과 통화하며 (범행에) 기여한 부분이 있지만 공동정범으로 볼 만큼 기능적 지배가 있었는지 법리적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며 "기여 정도, 행위에 비해 (형이) 가중됐다"고 변론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은 친할머니 C씨의 사망 경위에 대한 국과수 부검 사실조회를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거절했다.

재판부는 "남매가 서로 마음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말이 심하게 나갔고 통화 마무리에는 누나인 B 씨가 남동생을 말렸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며 "부검 결과가 당시 A 씨의 범행(행동)이 B씨와의 통화 내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설사 다르다고 해도 이같은 사실이 B 씨의 공범, 계획범행 등 여부를 따지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 측에 1심에서 제출된 녹취서에 포함되지 않은 전체 통화 내용과 범행 당일 통화기록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당일에도 남매가 여러 차례 통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고, 이는 중요한 증거"라며 "복구가 안 된 건지, 복구됐다면 왜 제출이 안 된 것이지 확인 후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2월 9일 설 명절 인사를 핑계로 부산 남구 친할머니 집을 찾아 70대 C 씨를 화장실로 끌고 간 뒤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누나 B 씨는 지난해 6월부터 A 씨의 범행 전까지 전화통화를 주고받으며 할머니를 살해할 방법을 알려주고, '수사기관에는 할머니가 평소 어지럼증이 있었다고 말하겠다'고 하는 등 사고사를 위장할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12월 11일 부산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