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중단해야" 김해시청 찾아간 마트 노동자들

시민 500명 대상 휴업일 변경 설문 진행에 반발
시-노조 대화서 11월 5일 시장 면담 잠정 합의

25일 김해시청 앞에서 김해시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4.10.25 ⓒ 뉴스1 박민석 기자

(김해=뉴스1) 박민석 기자 = 올해로 24년째 홈플러스 김해점에서 신선코너 진열·판매 업무를 하고 있는 이연화씨(59)는 김해시가 추진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에 반대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남짓 쉬는 일요일 휴일이 사라진다면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씨는 "마트에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50대 후반"이라며 "주말의 경우 손님도 몰리고 물류도 많이 들어와 업무강도도 더 높아 지는데 평일로 의무 휴업일이 변경되면 근로조건이 더 악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5일 김해시청 앞에는 김해시의 의무 휴업일 평일 변경에 반발하는 마트 노동자 200여명이 모였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경남본부는 집회를 열고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김해시가 지난 7~8월 마트 노동자만 빼놓고 사용자측 대표와 중·소상공인과만 소통해 9월부터 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을 시행하려 했다"며 "현재 김해시는 직접 당사자인 마트 노동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지난 14일부터 김해시민 500명을 상대로 의무 휴업일 평일 변경 의견을 묻는 설문 조사를 하고 있다. 시는 설문 문항과 내용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고 결과만을 발표하겠다 한다"고 비판했다.

안수용 홈플러스 마트노조 위원장 등 대표자 5인은 홍태용 김해시장을 면담하기 위해 시청 본관을 찾았다. 그러나 홍 시장이 청사 내에 없어 조승욱 시 비서실장과 실무부서장인 정서율 시 민생경제과장과의 대화만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청사에 들어서려는 노조 대표자들에게 김해시 청사방호직원이 '노동조합 조끼'를 벗으라고 요구해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25일 마트노조와 김해시 관계자들이 마트 의무 휴업일 변경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10.25 ⓒ 뉴스1 박민석 기자

김해시와 마트노조 간 대화에서 노조 측은 "의무휴업일 변경은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것"이라며 "시민 의견을 청취하더라도 당사자인 노동자 의견 없이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사를 하더라도 마트 노동자와 소상공인, 연령별 시민 등 의무 휴업일 변경에 따른 이해 당사자와 마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제대로 된 여론을 조사해야 한다"며 "시가 진행하는 무작위 시민 500명에 대한 설문조사만으로 의무 휴업일 변경을 결정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설문 조사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시는 "이미 용역업체에 발주를 했기 때문에 조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며 "지금 진행하는 설문은 하나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일 뿐이다. 의무 휴업일 변경은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지 설문 결과에 의해서 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트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고 있다는 내용도 설문에 들어가 있다"며 "의무 휴업일에 대한 각계각층의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유통상생발전협의회를 거친 뒤 의무 휴업일 변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김해시와 마트노조는 오는 11월 5일 시장 면담을 진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pms71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