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라고 말해" 미성년 신도들 상대 ‘그루밍 성범죄’ 목사[사건의재구성]
지적장애 미성년들 상대
1심 재판부 "목사 지위 이용 범행, 죄질불량" 징역 10년 선고
- 강정태 기자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만져도 된다. 사랑한다. 목사님에게 '사랑해'라고 말해"
경남 한 교회 목사인 A 씨(70대)가 지난해 7~8월 어느 날 미성년자 신도인 B 양(10대)에게 몹쓸짓을 저지르면서 한 말이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B 양은 A 씨에게 심리적으로 지배돼 저항도 못하고 성폭행을 당했다.
A 씨는 지적 능력이 부족한 B 양을 심리적으로 지배할 경우 성적 행위를 하더라도 적극 대응하거나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그루밍(심리적 지배) 성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먹었다.
결손가정 자녀에 내성적인 성격으로 대부분 홀로 시간을 보내던 B양은 A 씨가 교회에서 시간을 보낼 것을 권유하는 빌미로 "보고싶다"며 자주 연락하고 간식도 사주자 그를 신뢰하게 됐다.
A 씨는 B양이 경계심을 풀자 본심을 드러냈다. 그는 교회를 방문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평일 B양을 교회 사무실로 불러들인 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만져도 된다"며 B양이 신체접촉을 거부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런 다음 B 양의 옷을 벗겨 강제추행하고 성폭행했다.
A 씨의 범행은 이뿐만 아니다. 그는 비슷한 시기 B 양처럼 지적장애가 있는 또 다른 미성년자 신도 C 양(10대)도 강제추행했다. 그는 교회에서 C양을 갑자기 끌어안거나 뽀뽀하는 등 여러차례 추행을 일삼았다.
결국 A 씨는 피해아동 가족의 신고로 지난 4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1심 재판에서 C양을 상대로 저지른 범행은 인정했으나 B양에 대한 범행은 동의를 얻고 신체접촉을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부(김영석 부장판사)는 동의를 얻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점, B양이 법원과 수사기관에서 당시 수치심을 느꼈다는 의사를 일관되고 밝히고 있는 점, 피해 진술이 일관돼 신빙성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목사 지위를 이용해 지적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 피해자들에게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고, B에 대한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B가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C에 대한 범행은 자백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 씨에게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5년간 취업제한, 10년간 신상정보공개도 명령했다.
현재 이 사건은 A 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jz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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