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살해 후 '시멘트 은닉'…시신 감춘 집에서 8년 산 50대 기소
누수 공사 중 여성 시체 발견되면서 16년 만에 범행 발각
- 강정태 기자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동거녀를 살해한 뒤 자신의 주거지 베란다에 시멘트를 부어 시체를 숨긴 5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송인호)는 살인 등 혐의로 A 씨(58)를 구속기소 했다고 11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08년 10월 거제의 한 다세대주택 주거지에서 동거녀 B씨와 말다툼하다 둔기로 여러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숨진 B 씨의 시체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주거지 베란다에 둔 뒤 가방 주변으로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부어 원래 있던 베란다 구조물(가로 39㎝, 세로 70㎝, 높이 29㎝)처럼 꾸며 은닉했다.
A 씨의 범행은 지난 8월30일 원룸 건물주가 누수공사를 위해 설비업자를 불러 베란다에서 A 씨가 만든 구조물을 파쇄하는 작업을 하던 중 B 씨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당시 B 씨의 시체는 백골화가 진행되지 않고 신원이 확인될 정도로 보존돼 있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시체 부검을 통해 B 씨의 신원과 사망 원인을 밝혀낸 뒤 해당 원룸에서 동거했던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붙잡았다.
A 씨는 1998년 부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DJ로 일하면서 B 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고 2004년부터 동거를 하다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범행 후에도 2016년 마약범죄로 구속될 때까지 8년간 B 씨의 시체가 있는 주거지에서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는 실형을 선고받고 2017년 출소한 뒤 거제의 원룸으로 돌아가지 않고 가족이 있는 경남 양산에서 혼자 지내다 경찰에 붙잡혔다.
B 씨의 시체는 원룸 창가 넘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베란다 구조물처럼 위장돼 쉽게 발견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B 씨에 대한 실종신고도 있었으나 가족과 교류가 적어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후인 2011년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A 씨와 B 씨의 친구 등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 미제사건으로 분류해 잠정 종결 처리했다.
A 씨는 살인과 시체은닉 혐의로 긴급체포됐으나 시체은닉 혐의는 공소시효(7년)가 지나 적용되지 못했다.
검찰은 경찰에 이어 검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인정한 A 씨가 “16년 동안 심정적으로 괴로움을 느꼈는데 이제라도 밝혀져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며 “지은 죄에 대한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A 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과정에서 지난 8~9월 3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가 확인돼 살인과 함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도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에도 경찰과 적극 협력해 국민의 생명을 침해하는 중대 강력 사건이 암장되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범죄를 저지른 자는 반드시 검거되고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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