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서 엠폭스 의심환자 10시간 발동동…"병원마다 검사 거절"

"읍면서 감염병 의심 환자 발생하면 방법 없어"

인천국제공항 해외감염병신고센터 앞으로 공항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 두창) 확산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가운데 질병관리청이 국내 검역 등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2024.8.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최근 경남에서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의심 소견을 받은 환자가 검사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10시간을 헤맨 사실이 확인됐다. 3급 감염병으로 최근 전 세계에서 확산 중이지만, 국내에선 의심 환자가 진단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28일 A 씨와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50대 남성 A 씨는 지난 19일 발열과 호흡곤란 등 증세로 전남지역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진으로부터 엠폭스 의심 소견을 받았다.

다른 병원에서 검사받을 것을 권유받은 A 씨는 자신의 차로 1시간 정도를 이동해 경남지역에 있는 한 대학병원을 찾아갔으나 관계자로부터 "접수량이 많아서 안되니 응급실로 가라"는 답을 들었다.

A 씨는 곧바로 응급실로 갔지만 응급실 담당자는 "엠폭스가 의심이 되지만 검진할 시간이 없으니 다른 병원을 가라"고 했다.

다급한 마음에 A 씨는 119에 전화했으나 "직접 전화해보라"는 답과 함께 병원 전화번호 14개를 받았다. A 씨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회사 측에 도움을 청하는 게 빠를 것 같다는 생각에 보험회사에 연락을 했으나 보건소에 연락해 볼 것을 권유받았다.

이에 A 씨는 본인이 살고있는 지역 내 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문의했지만 역시나 "검사가 불가하다"며 검체 체취를 할 수 있는 병원 전화번호 2개를 받았다.

A 씨는 오후 4시쯤 보건소 측에서 알려 준 병원으로 이동했으나 도착했을 무렵 해당 병원은 말을 바꿔 검사가 불가하다고 했다. 병원 문을 닫을 시간이라는 게 이유였다.

시험관에 '엠폭스(mpox) 바이러스'라고 써진 라벨이 붙어있다. 2024.08.20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화가 난 A 씨는 도 감염병관리과와 질병관리청 등에 전화를 했지만 "보건소에 문의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A 씨는 결국 검사 권고를 받은 지 10시간 만인 오후 7시쯤 돼서야 보건소에서 검체 채취를 받을 수 있었다. 엠폭스 검사의 경우 3급 감염병으로 질병관리청 지침상 감염병관리과가 있는 병원에서 검체 채취를 하도록 돼 있으나, 환자가 오랜 시간 방치돼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보건소 측이 지속해서 검체 체취를 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측에 요구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검사 다음 날인 20일 경남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음성' 사실을 통보받았으나, 검사를 받을 때까지 하루 종일 차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A 씨는 현재 정확한 병명 확인을 위해 창원의 한 대학병원에 피검사 등을 의뢰해 놓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A 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보건소 관계자들이 당일 검사 가능 병원을 확인하기 위해 수십통의 전화를 하는 등 고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질병관리청에서도 도청 질병 관련 부서에서도 그 어느 곳에서도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식이었다"며 "다 모른다고 하면 급한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사람들이 아플 때 개인병원은 그렇다 해도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진료를 하고, 안되면 다른 병원에서라도 진료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도시의 경우 큰 병원이 많지만 읍면 단위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방법이 없다"며 "감염병 의심 환자가 발생할 경우 보건소가 급할 경우 예외적으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검사 가능 병원을 판단해 환자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권한을 주든지 등 체계적인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