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서 엠폭스 의심환자 10시간 발동동…"병원마다 검사 거절"
"읍면서 감염병 의심 환자 발생하면 방법 없어"
- 손연우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최근 경남에서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의심 소견을 받은 환자가 검사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10시간을 헤맨 사실이 확인됐다. 3급 감염병으로 최근 전 세계에서 확산 중이지만, 국내에선 의심 환자가 진단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28일 A 씨와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50대 남성 A 씨는 지난 19일 발열과 호흡곤란 등 증세로 전남지역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진으로부터 엠폭스 의심 소견을 받았다.
다른 병원에서 검사받을 것을 권유받은 A 씨는 자신의 차로 1시간 정도를 이동해 경남지역에 있는 한 대학병원을 찾아갔으나 관계자로부터 "접수량이 많아서 안되니 응급실로 가라"는 답을 들었다.
A 씨는 곧바로 응급실로 갔지만 응급실 담당자는 "엠폭스가 의심이 되지만 검진할 시간이 없으니 다른 병원을 가라"고 했다.
다급한 마음에 A 씨는 119에 전화했으나 "직접 전화해보라"는 답과 함께 병원 전화번호 14개를 받았다. A 씨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회사 측에 도움을 청하는 게 빠를 것 같다는 생각에 보험회사에 연락을 했으나 보건소에 연락해 볼 것을 권유받았다.
이에 A 씨는 본인이 살고있는 지역 내 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문의했지만 역시나 "검사가 불가하다"며 검체 체취를 할 수 있는 병원 전화번호 2개를 받았다.
A 씨는 오후 4시쯤 보건소 측에서 알려 준 병원으로 이동했으나 도착했을 무렵 해당 병원은 말을 바꿔 검사가 불가하다고 했다. 병원 문을 닫을 시간이라는 게 이유였다.
화가 난 A 씨는 도 감염병관리과와 질병관리청 등에 전화를 했지만 "보건소에 문의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A 씨는 결국 검사 권고를 받은 지 10시간 만인 오후 7시쯤 돼서야 보건소에서 검체 채취를 받을 수 있었다. 엠폭스 검사의 경우 3급 감염병으로 질병관리청 지침상 감염병관리과가 있는 병원에서 검체 채취를 하도록 돼 있으나, 환자가 오랜 시간 방치돼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보건소 측이 지속해서 검체 체취를 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측에 요구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검사 다음 날인 20일 경남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음성' 사실을 통보받았으나, 검사를 받을 때까지 하루 종일 차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A 씨는 현재 정확한 병명 확인을 위해 창원의 한 대학병원에 피검사 등을 의뢰해 놓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A 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보건소 관계자들이 당일 검사 가능 병원을 확인하기 위해 수십통의 전화를 하는 등 고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질병관리청에서도 도청 질병 관련 부서에서도 그 어느 곳에서도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식이었다"며 "다 모른다고 하면 급한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사람들이 아플 때 개인병원은 그렇다 해도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진료를 하고, 안되면 다른 병원에서라도 진료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도시의 경우 큰 병원이 많지만 읍면 단위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방법이 없다"며 "감염병 의심 환자가 발생할 경우 보건소가 급할 경우 예외적으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검사 가능 병원을 판단해 환자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권한을 주든지 등 체계적인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yw534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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