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살해 후 '시멘트 은닉'…시신 감춘 집에서 8년 살았다(종합)

실종신고 있었지만 특이점 없어 미제로 종결
누수업자가 공사 중 여성 시체 발견되면서 범행 발각

A 씨가 동거녀를 살해한 뒤 시체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숨긴 장소(경남경찰청 제공).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주거지에서 동거녀를 살해한 뒤 베란다에 시멘트를 부어 시체를 숨긴 50대 남성이 범행 16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시체가 있는 주거지에서 8년 동안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 씨(58)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08년 10월 거제의 한 원룸 건물 주거지에서 동거녀 B 씨(사망 당시 34세)를 둔기로 살해한 뒤 시체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숨진 B 씨의 시체를 가로 43㎝, 세로 70㎝, 높이 27㎝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담아 주거지 베란다로 옮긴 후 베란다 한편에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부어 원래 있던 베란다 구조물(가로 39㎝, 세로 70㎝, 높이 29㎝)처럼 꾸며 은닉했다.

A 씨의 범행은 지난달 원룸 건물주가 누수공사를 위해 설비업자를 불러 베란다에서 A 씨가 만든 구조물을 파쇄하는 작업을 하던 중 B 씨의 시체 일부가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당시 B 씨의 시체는 백골화가 진행되지 않고 어느정도 보존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시체 부검을 통해 B 씨의 신원과 사망 원인을 밝혀낸 뒤 해당 원룸에서 동거했던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붙잡았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다 결국 시인했다. 그는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는 1998년 부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DJ로 일하면서 B 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고 2004년부터 동거를 하다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범행 후에도 2016년 마약범죄로 구속될 때까지 8년간 B 씨의 시체가 있는 주거지에서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는 실형을 선고받고 2017년 출소한 뒤 거제의 원룸으로 돌아가지 않고 가족이 있는 경남 양산에서 혼자 지내다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이 발생한 원룸은 A 씨가 짐을 빼지 않아 장기간 방치되다 2020년 집주인이 명도소송을 통해 A 씨의 짐을 빼낸 뒤 손님맞이 사랑방이나 창고 용도로 사용했다.

그러나 B 씨의 시체는 원룸 창가 넘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베란다 구조물처럼 위장돼 쉽게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B 씨에 대한 실종신고도 있었으나 가족과 교류가 적어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후인 2011년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A 씨와 B 씨의 친구 등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 미제사건으로 분류해 잠정 종결 처리했다.

당시 A 씨는 경찰에 “B 씨와 헤어졌다”고 진술했으나 B 씨가 사망했다는 정황이 없고 시간도 상당히 지나 A 씨의 통화기록, 원룸 건물 폐쇄회로(CC)TV 등 자료가 확보되지 않아 미제 처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살인과 시체은닉 혐의로 긴급체포됐으나 시체은닉 혐의는 공소시효(7년)가 지나 적용하지 못했다.

A 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필로폰 투약 사실도 확인돼 추가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jz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