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물난리 처음"…젖은 가구 말리고 흙탕물 치우며 힘겨운 복구
김해 이동 마을…강변 공장 침수로 가동 중지, 주민 경로당 대피
마을 곳곳서 주택 청소, 지하실 배수 작업 등 '분주'
- 박민석 기자
(김해=뉴스1) 박민석 기자 = "40년 동안 이 마을에 살면서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에요"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이동. 호우특보가 내려진 주말 사이 400.6㎜의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마을 곳곳에서는 복구 작업으로 분주했다.
조만강과 접한 마을은 많은 비가 내리면서 물이 범람해 김해에서도 피해가 컸던 지역이다.
이날 찾은 마을은 도로와 거리를 채웠던 물이 빠지면서 진흙이 덮이고 잔가지 등 잔해도 널브러져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장갑을 착용한 채 집이나 상가 등에 있는 생활 집기를 거리로 옮기고 침수로 더럽혀진 건물 내부를 힘겹게 치우고 있었다.
마을 주민 임묘덕 씨(84)는 이번 호우 피해로 집이 침수돼 마을 노인회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그는 칠산서부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자원봉사회 회원들이 자신의 집에서 옷가지와 생활 집기를 밖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면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임 씨는 "집이 물에 다 잠겨서 옷가지도 못 건지고 쌀도 다 버리게 됐다"며 "매일 먹는 약도 못 챙겼다. 냉장고도 잠겨서 버려야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 씨의 집 청소를 돕던 이웃 주민 오덕자 씨(60)는 "40년간 마을에 살면서 이렇게 물난리가 난 적은 처음"이라며 "강변에 있는 주택이나 가게는 대부분 침수됐다"고 설명했다.
인근의 한 사무용 건물에서는 침수된 건물 지하 물을 빼내기 위해 양수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이 건물 지하실과 승강기 아래 공간에는 흙탕물이 가득 차 있었다.
이 건물 관리인인 김대성 씨(38)는 "강이 범람하면서 건물 지하가 모두 잠겼다"며 "지하에 있는 전기설비와 소방설비가 모두 물에 잠겨 건물을 사용하는 기업체 직원들은 오늘 재택근무를 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변에서 작은 섬유 원단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이상주 씨(74)도 이날 오전 6시부터 공장에 나와 침수 복구에 나섰다.
이 씨는 "이미 만들어둔 원단이며 자재, 기계 9대까지 모두 잠겼다"며 "오늘은 공장 가동을 못하고 계속 청소를 하고 있다. 기계가 잘 돌아갈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김해시는 이날 아침부터 시 전체 공무원 3분의 1 이상을 투입해 침수 피해지역의 복구를 지원하고 있다.
또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침수 피해 상황을 접수해 정확한 피해 규모가 집계되는 대로 지원 대책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pms71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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