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원 기수 사망관련 마사회 전 간부·조교사, 무죄→유죄

항소심서 경마처장, 조교사 징역형 선고
재판부 "조교사 심사 전 발표자료 보완 지시 있었다 판단"

고(故)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 씨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에서 고 문중원 기수의 영정사진을 어루 만지고 있다./뉴스1 ⓒ News1 DB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마사회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문중원 기수 사건과 관련해 조교사 개업 심사 과정에서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한국마사회 전 간부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1심이 뒤집혔다.

부산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계훈영)는 1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 마사회 부산경남본부 경마처장 A씨와 조교사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각각 징역 10개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조교사 C씨에게는 1심과 같은 무죄가 선고됐다.

A씨는 조교사 개업 심사 이전 B씨 등 면접 발표 자료를 지난 2018년 8월부터 10월까지 사전 검토해주는 등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조교사는 마주와 위탁계약을 맺어 말을 데려오고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경마 감독이다.

1심은 피고인들이 업무 방해를 했다는 근거가 사실로 인정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3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B씨가 2018년 조교사 심사에 응시할 당시 7장에 불과했던 발표자료가 2019년 주요 관리 계획, 연차별 계획, 자금운용 계획 등이 담긴 18장 발표자료로 보완·완성 되는 데에 A씨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내다봤다.

A·B씨는 B씨가 2018년 4월 조교사 심사에서 떨어진 후인 같은 해 8월 회사 메일이 아닌 외부 메일로 발표자료 주고받았는데, B씨는 당시 초안(7장)이 아닌 18장 분량의 완성된 자료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심사 당시 최하위 5등이었던 B씨는 다음해 2등으로 조교사에 선발됐다.

재판부는 “4개월만에 B씨가 탈락 원인을 스스로 파악하고 발표 자료를 새롭게 작성해야 함을 깨달아 주요 관리 계획, 연차별 계획, 자금운용 계획 등을 구상하고, 2019년 조교사 심사에 응시할 자료를 전년도 8월에 전달했다는 게 선뜻 믿기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들은 당시 주고받은 메일 등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입증할 수 있음에도 해당 메일을 삭제하거나 메일계정에서 탈퇴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정황을 종합했을 때 A씨가 회사 메일이 아닌 외부 메일로 B씨로부터 발표 자료를 받아 검토한 뒤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라고 지시했고 이 부분을 반영해 발표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국마사회 조교사 선발의 사회적 신뢰를 깨뜨렸으며 다른 지원자의 선발 기회를 박탈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가 조교사로 최종 합격한 2019년, 조교사 면허를 따고도 5년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문중원 기수는 조교사 개업 비리 등 마사회의 부조리한 운영을 고발한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