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전자 등록 덕분에"…52년 전 실종된 5살 배기 딸, 가족 품으로

창원중부경찰서, 44년 간 헤어진 남매도 유전자 정보로 상봉 도와

지난 11일 창원중부경찰서에서 이뤄진 52년간 실종된 김미정씨와 가족들의 상봉 모습.(창원중부경찰서 제공)

(창원=뉴스1) 박민석 기자 = "이렇게 가족이 많은 줄 몰랐어요…생전에 딸을 다시 보게 되다니"

추석을 엿새 앞둔 지난 11일 52년간 장기 실종된 김미정씨(57)와 어머니 강덕자씨(82)는 경남 창원중부경찰서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12일 창원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따르면 1972년 통영시 항남동에 살던 미정씨(당시 5세)는 인근에 있던 동충항에서 홀로 배에 탑승해 부산으로 가게 되면서 가족과 헤어졌다.

덕자씨는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5살 난 미정씨의 사진과 신체 특징 등을 적은 신상 자료를 들고 전국에서 활동하는 서울의 아동보호기관을 찾아 딸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찾지 못했다.

가족과 헤어진 미정씨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부산의 아동보호시설로 들어가며 시설에서 지은 '김미경'이라는 이름으로 생활했다.

모녀는 인접한 지역에서 생활했지만 긴 세월 동안 서로를 찾지 못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직장을 다니던 미정씨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밀양에 정착했다.

딸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어느새 여든의 노모가 돼 통영을 떠나 창원의 셋째 딸 집에서 기거하게 됐다.

덕자씨는 TV 드라마를 보다 경찰의 유전자 분석 제도를 통해 잃어버린 딸을 찾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올해 3월 창원중부경찰서를 찾아 자신의 유전자를 채취해 등록했다.

경찰은 유전자 채취 및 대조를 통해 미정씨가 밀양에 거주 중인 것을 확인해 이날 딸과 어머니는 52년만에 상봉하게 됐다.

이날 상봉에는 어머니 덕자씨와 미정씨를 포함한 1남 7녀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다.

1남 7녀 중 둘째 딸이던 미정씨는 "이렇게 많은 가족이 있는 줄도 몰랐다"며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가족이 마주한 자리에서는 천륜이 이어진 듯한 사연도 알려졌다.

시설에서 지은 이름인 김미경으로 생활해오던 미정씨는 과거 '김미정'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미정씨는 "원래 이름이 기억나서 한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미정이라는 이름으로 했었다"며 "오늘 가족들과 다시 만나보니 원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신기해 했다.

5살난 딸을 잃었던 덕자씨는 "생전에 이렇게 딸을 다시 만나게 돼 너무 고맙다"며 미정씨의 손을 놓지 못했다.

전날 창원중부경찰서에서는 44년간 장기 실종된 허모씨(51)와 누나 허다겸씨(61)의 상봉도 이뤄졌다.

지난 1980년 경남 고성에서 대구의 한 장애인 보호시설에 맡겨진 허 씨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설에서 실종된 후 1998년부터 경북 경산의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했다.

허씨의 누나인 다겸씨가 지난 3월 경찰서를 찾아 유전자를 등록하면서 경찰이 허모씨의 거주 시설을 확인해 상봉하게 됐다.

다겸씨는 "다시 동생을 만나게 돼 기쁘다"며 "도움을 주신 경찰관 분들과 동생을 건강하게 보살펴 주신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경찰청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장기실종아동 등과 가족 간 유전정보를 비교·대조해 혈연관계를 확인하는 '유전자 분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성재 창원중부경찰서장은 "추석 선물과 같이 찾아온 두 가족의 상봉〉을 축하드린다"며 "가족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앞으로도 유전자 등록제도를 활용한 장기 실종자 발견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ms7100@news1.kr